“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한국사에 길이 남을 이 대사의 주인공, 문형배 전 재판관이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 버스 정류장에서 목격된 문형배 전 재판관. ⓒ온라인 커뮤니티 / 유튜브 채널 ‘MBCNEWS’
2025년 8월 2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3’에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첫 게스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문형배 전 재판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선고 과정의 뒷이야기, 본인의 소회 등을 진솔하게 밝혔다.
올해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에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저 순간을 다시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냐”라는 손석희의 물음에 문형배 전 재판관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누구나 다 그럴 것 같다고 공감한 손석희가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 마지막 문장은 연습을 하셨나”라고 묻자 문 전 재판관은 “4번 정도 한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당시를 언급한 문형배 전 재판관은 “재판장이 주문을 읽을 때 원고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그런데 주문이란 건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짚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연습을 했다는 문 전 재판관은 “판사들은 보통 선고할 때 판결문을 보고 읽기 때문에 고개를 드는 게 쉽지 않다. 그날은 생중계가 되고 카메라가 들어올 걸 예상했기 때문에 ‘무조건 카메라를 보고 선고한다’, 그걸 4번 연습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선고를 위해 연습을 여러 차례 했다는 문형배 전 재판관. ⓒMBC ‘손석희의 질문들3’
다만 “연습대로 됐나”라는 질문에는 “마지막에 고개를 숙였다”라며 “숙이면 안 되는데 습관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날 재판관 8명이 모였다”라고 전한 문형배 전 재판관은 “그날 논의된 게 저에게 선고 모습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문 전 재판관은 “제가 평소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작다. 재판관들이 자기들 앞에서 또박또박 크게 읽어보라고 요구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를 거절하고 사무실로 가 연습을 했다는 문형배 전 재판관. “또박또박 크게, 제가 카메라를 보고 주문을 읽으면서 속으로는 ‘됐냐?, ‘이 정도면 되겠느냐?’ 그런 마음으로 끝냈다”라고 탄핵 선고 순간을 떠올렸다.
일부 질문들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넉 달을, 바깥에서 흔히 표현하기로는 ‘활보를 했다’라고 한다”라며 운을 뗀 손석희가 “자신 때문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당초 구속이 취소되고 석방이 됐을 때, 평가하기 어려운가”라고 질문하자 문형배 전 재판관은 “분명히 입장은 가지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진 않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심판에 대해 회상하는 문형배 전 재판관. ⓒMBC ‘손석희의 질문들3’
“아무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감옥으로 갔는데, 다시 구속된 걸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시나”라는 물음에도 문형배 전 재판관은 현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3자 입장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첨언했다.
선고 기일을 통지했던 4월 1일, 당시 표결이 8대 0이었냐는 물음엔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를 짐작했는지 묻자 문형배 전 재판관은 “개인적으로 만장일치를 해야 하고, 만장일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만장일치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결정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그만큼 사안이 명백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표결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문형배 전 재판관은 “4월 1일 선고기일을 지정해야 4월 4일 선고가 될 거라고 봤다”라고 부연했다. 문 전 재판관은 “4월 4일을 넘겼다면 제 퇴임이 4월 18일이라 일주일밖에 안 남은 거라 탄핵 재판이 표류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형배 전 재판관 집에서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 ⓒMBC ‘손석희의 질문들3’
문형배 전 재판관의 집까지 찾아가 시위를 펼쳤던 이들도 거론됐다. 손석희가 “시위한 사람들이 집을 잘못 알고 찾아갔다더라”라고 하자 문형배 전 재판관은 “제가 원래 그 단지에 살고 있었는데, 전세금을 올렸다”라며 말문을 틔워 궁금증을 자아냈다. 문 전 재판관은 이어 “그 집에 있을 수 없어서 옆 단지로 갔다. 그런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이전 주소지에서 시위를 하는 거다. 가족들이 산책도 못 나가게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본인을 ‘산책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칭한 문형배 전 재판관은 “그래서 가족을 부산으로 보냈다. 그리고 저는 산책을 나갔다”라며 ‘기존쎄’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문형배 전 재판관이 “집 앞에서 시위하는 게 뭐가 그렇게 두렵냐”라고 되레 묻자 손석희는 “아니, 집 앞에서 안 했으니까”라고 반응했고 이에 문 전 재판관은 “바로 그거다. 옆 단지에서 시위하는 게 뭐가 두렵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재밌는 사실이 있다고 말을 꺼낸 문형배 전 재판관은 “그 단지 관리소장이 나가서 ‘그 사람, 여기 안 산다’라고 진실을 말했다더라. 그러니까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우리가 당신 말을 어떻게 믿냐’ 하고 계속 있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문 전 재판관은 “때로는 불신이 유용하다는 걸 그때 느꼈다. 계속 제가 아침 산책을 하는데도 ‘3단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라는 뉴스가 들렸다. 그래서 그냥 소이부답했다”라고 이야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