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르는 서점이나 가게에서도 뜻밖의 상황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 특히 주말을 맞아 책을 고르거나 생필품을 사러 갔다가, 낯선 남성이 다가와 연락처를 묻는 일을 경험했다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르고 있다.
교보문고(왼쪽), 다이소(중앙), 유니클로(오른쪽). ⓒ교보문고, 연합뉴스
요즘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방문했다가 처음 보는 남성이 번호를 물어봐 당황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다이소가 번따족들의 새로운 ‘성지’처럼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 이처럼 쌩뚱맞은 곳에서 번따(전화번호 따기)가 많아지는 것은 다이소가 처음이 아니다. 이제껏 대표적 '번따 장소'로는 서울 광화문 등에 자리잡은 교보문고가 꼽혀왔다. 상황이 심각했는지 실제 서점 측이 안내문을 내걸어 "몰입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원치 않는 이성의 접근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일이 잦아지면서 서점까지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클럽이나 술집처럼 이성 간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서점이나 생활용품점 같은 장소가 새로운 만남의 공간으로 부상한 것일까? 여기에는 특정 장소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와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문고에 '번따'를 자제해달라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교보문고
클럽이나 술집은 기본적으로 이성 간 만남이 활발한 공간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를 '가볍게 노는 공간'으로 인식하며, 오히려 진지한 연애 상대를 찾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받아들인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 역시 부담을 준다.
반대로 교보문고가 '번따 장소'로 인기를 끈 데에는 '서점에서 책을 읽는 여성은 생각이 깊고 진중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지적이고, 성실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교보문고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 다이소가 새로운 번따 성지로 떠오른 것도 비슷한 이유일 수 있다. '가성비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을 고르는 알뜰하고 생활력 있는 여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유니클로(왼쪽), 올리브영. ⓒ연합뉴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다른 공간들이 새로운 '번따 장소'로 떠오를 수 있다. 30대 남성 이모 씨는 '어떤 장소에서 만난 이성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외모 관리에는 관심이 있지만 지나치게 사치스럽지는 않은 사람일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며 화장품 전문 브랜드 '올리브영'을 꼽았다. 20대 남성 박모 씨는 "깔끔하고 현실적인 사람들이 자주 찾을 것 같다"며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골랐다.
이들은 새로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데이트 앱이나 소개팅 모임 자체에 대해 큰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실제 연애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용까지 지출해야 한다는 점에는 부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다이소 '번따'와 관련된 한 온라안 커뮤니티의 글.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접근 방식은 상대를 한 사람의 개별적인 인격체로 보기보다, 특정 장소와 소비 패턴 속 '타깃'으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교보문고나 다이소는 어디까지나 책과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한 공간이지, 누군가의 연락처를 얻기 위한 공간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접근하는 이성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매장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젊은 남성의 연애 욕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상대를 고정된 이미지로만 바라보는 것은 너무 쉬운 접근일 수 있다. 특정 장소에 대한 고정 관념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선입관으로 굳어져선 곤란하다. 교보문고에서는 교양 서적 외에 실용 서적도 판다. 다이소는 명품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