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와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충돌을 이어가면서 여권 지지층의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후보(사진)의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정체성' 검증이 선거 판세를 흔들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 후보의 '민주당 정체성' 검증 칼날에 김 후보가 '범죄자 알레르기'라는 반응을 내놓으면서 여권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후보는 11일 YTN 라디오 뉴스명당에서 "(김용남 민주당 후보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은 사과를 거부하셨다"며 "이태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심각한 발언을 하셨는데 왜 사과를 거부하시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세월호 특조위를 두고 '예산 낭비'라 표현한 것과 2022년 이태원 참사 원인으로 당시 민주진보 진영의 시위에 따른 경찰력 분산 등을 언급한 것에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거듭 지적한 것이다. 김 후보는 조 후보 측이 발언의 취지를 왜곡해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후보는 김 후보가 '민주당 정체성'을 지녔는지도 의심된다며 공세를 폈다. 조 후보는 김 후보를 두고 "민주당으로 합류하시고 이재명 대통령 후보 지지하신 건 잘한 일이고 환영하지만 이분이 범민주 진보 진영, 민주개혁 진영의 가치에 동의하는지, 진심으로 이걸 실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후보는 조 후보의 지속적인 공세를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동시에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 선을 긋기도 했다.
김 후보는 8일 평택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 후보와의 단일화를 묻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범죄자들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감이 있다"며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을 확정받은 분이 마치 전부 무죄를 받은 것처럼 행세하지만 어떤 잘못으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는지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후보를 '범죄자'로 호칭한 것인데, 이로써 두 후보의 단일화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다.
김 후보의 이날 범죄자 발언은 조국 후보 일가가 당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부채감을 공유하는 민주당 일부 지지층의 감정선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김 후보가 다시 좀 진정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비전이나 이런 걸 가지고 여당 후보답게 승부를 걸어야지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방식으로 선거가 전개되면 좋지 않다"며 "그건 오히려 조국 대표나 조국혁신당이 의도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후보의 '민주당 정체성' 공세는 민주당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JTBC가 지난 7일 발표한 경기 평택을 선거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가 26%의 지지를 얻었고 김 후보는 23%였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민주당 지지자라 밝힌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김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5%에 그쳐 조 후보를 지지하겠단 응답(39%)과 오차범위 안으로 접전을 벌인다는 대목이다. 또한 범여권 단일화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 물었더니 조 후보가 30%로 김 후보(27%)보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진보층에서 김용남 후보(35.2%)와 조국 후보(33.4%)의 지지도가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일부가 조 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10일 박지혜 대변인 명의로 "민주당 후보가 아님에도 가장 민주당스러운 후보를 자처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승리를 외치지만 정작 민주당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자기모순으로 보인다"는 논평을 냈다. 김 후보를 향한 정체성 공세 영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평택 지역에서 활동하던 민주당 인사가 김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지난 7일 탈당계를 제출한 서현옥 경기도의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평택을에서는 전략공천 이후 지역 조직이 흔들리고,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도부는 왜 이 공천이 필요한 선택이었는지 왜 김용남 후보가 적합한 인물인지 충분히 설득하기보다 ‘해당 행위’라는 표현으로 당원들의 목소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김 후보의 정체성 논란으로 파장이 커지자 민주당은 김 후보를 평택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페이스북에서 "당원들께서 평택을 걱정을 많이 하셔 어젯밤 늦게 최고위에서 논의가 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김용남 후보를 더불어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경기도당위원장과 논의한 결과, 빠른 시간 내 도당지원단을 꾸려 캠프로 보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의 견제에 맞서 10일 평택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평택지원특별법’ 전면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뒤 이날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한 소속 의원 12명이 평택을 지역 8개 읍면동 현안을 나눠 관리하는 ‘일석십삼조 의원자봉단’을 출범시켰다.
김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조 후보의 ‘정체성 공세’가 계속 먹혀든다면 여권 지지층의 선택이 더욱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후보. ⓒ연합뉴스
결국 김 후보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세금 낭비'라고 비난한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민주당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먼저 세월호 유가족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라며 "당시 제 발언이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세상 그 무엇으로도 온전히 위로할 수 없는 그 아픔 앞에 제 표현은 너무나 미숙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JTBC 여론조사는 메타보이스가 지난 4일과 5일 경기도 평택을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과 2일 경기 평택을 선거구 거주 성인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