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 시대에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인공지능 산업으로 창출되는 부가 특정 계층에 집중될 경우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공지능 사업 관련 반도체 판매 이익을 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갈등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더욱 주목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26년 4월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면담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범 실장은 11일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인공지능 산업 부흥은) 단순한 업황 회복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국가구조가 동시에 재편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을 두고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력망과 철도, 통신망에 버금가는 새로운 산업 인프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 장비 등 제조 공급망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는 스마트폰처럼 수요가 포화되는 구조가 아니라 인프라 자체가 계속 새로운 수요를 생성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한국이 순환형 수출경제를 넘어 '기술독점적 성격이 강한 경제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무역흑자 확대, 원화강세, 자산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한국형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 상황) 국면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이와 같은 낙관론과 함께 경고도 내놨다.
김용범 실장은 "나라는 부유해져도 그 부의 분포는 자동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과제는 성장률이 아니라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안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그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이른바 '국민배당금' 정책이다.
김용범 실장은 "인공지능 인프라의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며 "그 일부를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심을 놓치지는 않았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은 허황된 이야기"라면서 "논지가 맞다면 아무 원칙 없이 그 과실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더 무책임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한국 앞에는 드문 역사적 가능성이 놓여 있다"며 "인공지능 인프라를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의 이와 같은 제안은 삼성전자 노사가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이익과 관련해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할지를 두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 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을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회사 측은 국내 1위의 성과를 낼 경우 특별 포상을 통해 최고 대우를 하되, 성과급 제도화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