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11일 개최한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서면 기념사가 낭독됐다. 2019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현직 대통령의 공식 기념사가 전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눈치챈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유독 추모·기념식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현충일 추념식부터 사회적 참사 기억식, 민주화 관련 기념행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마다 꾸준히 모습을 드러낸다.
경제 현안, 외교안보 현안, 정치 현안까지 '대통령의 할 일'이 줄을 서 있는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 행사를 챙긴다. 국무총리나 장관을 보낼 수도 있는데 직접 찾아 다른 참석자들과 눈을 맞춘다.
## 취임 1년 기준 가장 적극적으로 추모·기념식 찾은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을 기준으로 추모·기념식을 가장 많이 참석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6년 어버이날 기념식, 제70회 현충일 추념식,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현충일 추념식, 세월호 기억식, 제주 4·3 추념식(2026년 3월 29일 사전 참배) 등 주요 추모·기념행사에 최소 6차례 이상 참석했다. 특히 지난 4월16일 열린 세월호 12주기 기억식에 현직 대통령이 처음 직접 참석했다.
이는 취임 1년 기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모습으로 평가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초기의 경우 관련 행사 참석 횟수는 2~3회 수준이었고, 역대 대통령 평균 역시 3~4회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참석 횟수가 가장 적었던 사례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꼽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용사 추모식에 각각 한 차례 참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제주 4·3 추념식을 둘러싼 역대 대통령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4·3 추념식에 참석한 사례는 사실상 진보 정권에 집중돼 있다. 최초로 4·3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한 인물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제주를 방문해 유족들에게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이후 2006년에는 대통령으서 처음으로 4·3 추념식에 직접 참석했다.
반면 이후 집권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신분으로는 2022년 4·3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이후 재임 중에는 유족들의 요청에도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 이 대통령은 왜 추모·기념식에 자주 참석할까?
1978년 야구 글로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이재명 대통령 측 제공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잦은 추모·기념식 참석의 배경으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꼽는다. 2025~2026년 사이 새롭게 지정된 국가기념일이 일부 추가되긴 했지만, 전체 국가행사는 과거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 국가행사 숫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는 빈도가 높아진 셈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 온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국민 신뢰 회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화전민 마을에서 성장해 중학교 진학 대신 공장에 들어가 소년공으로 일했고, 그 과정에서 장애를 얻는 등 굴곡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삶의 경험은 이후 그가 정치권에서 '차별 없는 공동체'와 기본사회 구상을 강조하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선별 복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차별 없는 보장 체계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크고 작은 추모·기념식을 가리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는 그의 행보 역시 단순한 행사 참여 차원을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참사 유족부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 그리고 오랫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역사적 피해자들까지, 손이 닿는 곳이라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국가의 관심과 책임을 전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잦은 추모·기념식 참석은 내란 사태로 약해진 국가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되찾으려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