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7월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33층에서 사제 총기 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60대 아버지 조 씨가 자신의 생일파티가 열린 아들의 집에서, 아들을 향해 총구를 겨눈 사건이다. 이날 아이들과 방으로 피신한 피해자의 아내는 112에 여러 차례 신고 전화를 걸었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70분이 지나고 나서야 피해자의 집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20일 밤 9시 31분이다. 남편이 총에 맞고 쓰러진 뒤, 아내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동 ○호”라며 신고 전화를 걸었다. 다급한 상황에 “총을 쐈다. 저희 남편이 총에 맞았으니 빨리 좀 와 달라”라고 설명한 아내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다고요?”라고 되묻자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빨리 들어가. 방으로 빨리 들어가”라며 아이들을 재촉했다.
총격 부위를 묻는 경찰관의 물음에 아내는 “배에 좀 맞았다”라고 답했다. 애들이 있다고 알린 아내는 “빨리 와 달라. 구급차를 좀 불러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분간 진행된 통화를 끊은 아내는 다시 연결된 통화에서 “남편이 현관 앞에 쓰러져 있다. 피를 많이 흘렸다”라고 상황을 알렸다. “아버지가 밖에서 총을 들고 계신다”라고 말한 아내는 “충전 중인 것 같다. 남편을 죽일 것 같다”라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아파트에 진입 중인 경찰과 신고 당시 통화 내용. ⓒMBC ‘뉴스데스크’
아내에게 피의자의 위치를 거듭 묻던 경찰관은 “가고 있는데 방 안에서도 현관문을 열 수 있나”라고도 질문했다. “열어드리겠다. 문 열었다”라고 답한 아내는 경찰관의 진입 여부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경찰관에게 돌아온 답변은 “올라가고 있다”라는 말뿐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현관에 누워있다. 제발 도와달라”라고 애원했지만 경찰관은 다른 통로를 물었고, 아내는 “우리 집이 현관 말고도 테라스를 통해 사다리로도 들어올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현장에 있는 경찰관에게 전화드리라고 하겠다”라고 이야기한 신고 접수 경찰관은 바로 전화를 받으라고 당부했지만, 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다시 112에 연락한 아내는 “전화가 안 온다. 빨리 들어와라”라며 “저희 남편 죽으면 어떡하나. 제발 빨리 전화 달라”라고 거듭 애원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현장에 제때 진입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아래층 주민도 이날 오후 9시 39분, 43분, 50분, 56분에 추가로 112 신고 전화를 했다. 두 번째 신고에서 아래층 주민은 “경찰도 들어오고 119도 불러달라. 경찰도 안 오고 아무도 안 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로 접수한 신고에서는 “경찰이 왜 이렇게 안 오냐”라며 “집으로 오셔야 할 거 아니냐”라고 항의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사건이 벌어진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뉴스1
이날 총기 범죄 발생을 인지한 경찰은 최단 시간 출동 지령이자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인 ‘코드제로(0)’를 발령했다. 그리고 최초 신고 10분 뒤인 오후 9시 41분에 아파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경찰특공대를 기다리며 현관 앞에서 대기했다.
밤 10시 16분에 아파트에 도착한 특공대는 10시 40분이 돼서야 집 안으로 진입했다. 처음 신고가 접수되고 1시간 9분이나 지난 시점. 총을 쏜 조 씨는 이미 서울로 도주하고 없었다.
문 앞에서 대기한 이유에 대해 경찰은 “현장에서 피해자의 아내와 4차례 통화했는데 계속 ‘시아버지가 아직 거실에 있다’라고 이야기해 신중하게 특공대를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슴과 배에 총을 맞고 쓰러진 아들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밤 11시 9분께 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체포되는 피의자 조 씨. ⓒMBC ‘뉴스데스크’
경찰이 신고자인 아내에게 “시아버지를 설득해서 총 맞은 피해자를 밖으로 내보내라”라는 요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상황관리관 경정이 지구대 의원에게 ‘남편만 먼저 구조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라고 했지만 피해자 아내에게 직접 요구한 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있는 지구대 직원들에게 확인하라는 취지였다”라고 첨언했다.
현장에는 지휘관도 없었다. 당시 연수경찰서 상황관리관이었던 치안정보안보과장은 신고 접수 1시간 12분이 지난 오후 10시 43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해당 과장은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 “경찰서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지휘했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수경찰서장도 “현장에는 강력팀장 등이 있어 상황실 지휘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