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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월드컵 무대에서 등번호조차 없던 예비 선수는 “꼭 해내자”는 한 줄의 다짐을 일기에 남겼다. 4년이 흐른 지금 그 문장은 현실이 됐다.

오현규(25)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기는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허프 사람&말] 꼭 해내자 현규야 등번호 없던 예비선수에서 4년 뒤 북중미 월드컵 역전 결승골 주인공 되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후반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왼쪽), 2022년 12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오현규는 당시 심경을 담은 일기를 공개했다. ⓒ연합뉴스/tvN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오현규는 대표팀의 막내였다. 주장 손흥민의 부상 가능성에 대비한 예비 선수 신분으로 카타르에 동행했지만, 정식 엔트리가 아니었던 탓에 유니폼에는 등번호조차 없었다. 경기장에서 뛸 수 없었고, 벤치에서 동료들을 지켜봐야 했다.

[허프 사람&말] 꼭 해내자 현규야 등번호 없던 예비선수에서 4년 뒤 북중미 월드컵 역전 결승골 주인공 되다
오현규가 2022년 11월16일 카타르 월드컵 도하 현지 훈련장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크랩 KLAB' 캡처

2022년 12월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오현규는 당시 심경을 담은 일기를 공개했다. 일기에는 등번호 18번이 적힌 자신의 뒷모습과 2026 월드컵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고, 그 안에 미래를 향한 다짐을 남겼다.

"오늘은 모든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나의 유니폼에 등번호는 없었다. 사실 부끄럽기도 했다. 속상하기도 했다. 좋은 기회이니 오늘만 버티면 된다. 언제 또 이렇게 함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겠나. 오늘 나는 더 독한 마음을 먹고 앞으로 4년간 준비해서 당당히 등번호 달고 오면 된다. 꼭 해내자 현규야. 이제 시작이다."

12일(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한국은 1-1로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며 후반 막판으로 향하고 있었다.

후반 24분, 손흥민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오현규는 '조커' 카드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승부의 흐름이 쉽게 갈리지 않던 후반 35분, 결국 오현규는 균형을 깨는 역전골을 터뜨리며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었다.

[허프 사람&말] 꼭 해내자 현규야 등번호 없던 예비선수에서 4년 뒤 북중미 월드컵 역전 결승골 주인공 되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오현규가 후반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현규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4년 전 월드컵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선수가 이번에는 월드컵 첫 경기의 승리를 결정짓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에 유퀴즈 제작진은 이날 공식 인스타그램에 오현규 선수 방송 장면과 4년 전 일기 사진과 함께 "4년 전, 2026 북중미 월드컵 때 등번호 달고 뛰겠다 약속한 오현규 선수가 해냈다"며 "체코전 역전골의 주인공! 오서방 오현규 선수 월드컵 첫 득점 축하!"라고 글을 올렸다. 

[허프 사람&말] 꼭 해내자 현규야 등번호 없던 예비선수에서 4년 뒤 북중미 월드컵 역전 결승골 주인공 되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이 12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현규 선수의 4년 전 인터뷰 영상과 일기 사진을 올렸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인스타그램

더 극적인 사실도 있었다. 경기에 앞서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을 넣을 선수로 오현규를 꼽았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오현규는 이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오현규는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울컥하며 "오늘 사실 경기 전에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열이 38도까지 오르면서 오늘 뛸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계신 모든 스태프, 닥터 선생님들이 보살펴주셔서 뛸 수 있었다. 골도 넣을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골도 넣고 승리해서 스트라이커로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의 관중석에는 오현규의 부모도 자리했다. 경기 남양주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부모는 아들의 월드컵 출전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휴업하고 멕시코로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생업을 잠시 접고 지구 반대편 멕시코까지 건너와 관중석을 지킨 부모의 응원 속에서 오현규는 값진 골로 응답했다. 

한국은 오는 19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개최국 멕시코와 2차전을 펼친다. 

4년 전 오현규가 일기에 남겼던 마지막 문장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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