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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12일 밤, 스페이스X가 공모가 135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깃발을 꽂는다. 조달 규모는 750억 달러.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이전까지 조달 규모 1위였던 2019년 사우디아람코 IPO(294억 달러)의 기록을 2배를 가뿐히 넘기는 수치로 단숨에 갈아치웠다.

나스닥 장이 열리면서 찍히기 시작한 스페이스X의 '시초가'는 미래에셋증권에게 단순한 주가가 아니다. 이날부터 6월30일까지, 시장은 그 종가를 기준으로 매일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손익계산서를 다시 계산하게 된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이, 이제 여의도가 아니라 나스닥에서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실적은 이제 '나스닥'이 쓴다 : 그래서 '역대급 2분기' 전망 나오지만 변동성 확대는 변수
인류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에 미래에셋증권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 ‘수준1’로 이동하는 스페이스X 공정가치 판단 기준, 스페이스X 주가가 곧 미래에셋 손익에 반영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스페이스X 투자는 주로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지분율 89.57%)와 '미래에셋글로벌섹터리더투자조합1호'(95.12%) 등 연결 종속기업인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미래에셋증권이 펀드 지분의 90% 안팎을 들고 있는 구조인만큼, 펀드가 보유한 스페이스X 주식의 가치 변동은 사실상 그대로 미래에셋증권 연결 재무제표의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상장 전까지 이 주식의 '가격표'는 회사 측 평가 모형이 정했다. 관측 가능한 시장가격이 없는 이른바 '수준 3' 자산은 현금흐름할인(DCF)이나 순자산가치 등 평가기법으로 공정가치를 산정한다. 투자 라운드가 있거나 평가를 다시 할 때만 가격표가 바뀌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장은 이러한 평가 구조를 바꾸게 된다. 시장가격이 생기는 순간 해당 자산은 '수준 1'로 이동하고, 분기 말 종가가 그대로 장부에 반영된다. 즉, 2분기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스페이스X의 가치는 6월30일 나스닥 시장에서의 종가를 기준으로 형성돼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 1분기 순이익 1조 원, 절반 이상이 '평가이익'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조19억 원(지배주주 귀속 기준 9962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와 비교해 288% 늘어난 수치이자, 국내 증권사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원을 넘긴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러한 ‘역대급’ 순이익의 절반 이상이 평가이익에서 나왔다. 평가이익이란 직접적으로 손에 쥔 돈이 아니라, "내가 가진 주식이 저번 보고서보다 이만큼 비싸졌다"고 장부에 적은 숫자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자기자본투자(PI) 및 기타 부문의 분기순이익이 5852억 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255억 원의 순손실을 냈던 부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발표에서 이와 관련해 "주요 해외 혁신기업 평가이익 약 8040억 원이 반영됐다"며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시다시피 스페이스X"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 장부가를 약 3조3천억 원으로 제시하면서 "스페이스X가 1조7500억 달러 수준으로 6월 말 상장된다면 약 1조3천억 원 정도 추가 이익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스페이스X가 공모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2분기에 약 1조 원의 세전 평가이익(성과보수 차감 후)을 추가 인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합산한 공모가 기준 보유 가치는 회사 장부가와 한국투자증권 평가이익 전망 기준 약 4조3천억 원, 미래에셋증권 자체 예상 기준으로는 약 4조6천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주가 10%에 분기 순이익의 30%가 달렸다, 주가 변동성에 달린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공모가 기준 보유 가치를 보수적으로 약 4조 원으로 놓으면 계산은 단순해진다. 상장 이후 스페이스X 주가가 10% 움직일 때마다 미래에셋증권의 분기 손익은 세전 기준 약 4천억 원, 세후 기준으로는 약 3천억 원씩 출렁이게 된다. 2026년 1분기 미래에셋증권 전체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 주가 10% 변동에 요동치게 되는 것이다. 

주가가 20%, 30% 움직이면 이 변동성은 그대로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3분기 말(9월 마지막 거래일) 스페이스X 주가가 6월 마지막 거래일보다 약 30% 하락한 상태라면, 세전 기준 1조 원이 넘는 평가손실이 한 분기에 반영된다.

일단 증권가는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을 시장 전망치를 21% 웃도는 1조2천억 원으로 제시하며 연간 순이익 추정치를 86% 상향했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등 본업 수수료 증가 전망도 함께 내놨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분기 평가이익은 상장 과정에서 가격표가 한 번에 뛰는 '점프'의 성격이 강하다. 3분기부터는 주가가 횡보만 해도 이 보너스가 사라지고, 하락하면 평가손실로 반영된다. 매 분기 나스닥 시세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다시 채점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의 특이한 락업 구조 역시 이러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머스크 등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 이전 지분 6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는 366일 동안 보유한 지분 전량을 팔 수 없다. 하지만 초기 투자자들과 임직원들은 스페이스X의 상장 후 70·90·105·120·135일이 경과할 때마다 7%씩, 상장 뒤 첫 실적 발표(2분기 실적) 이후 20%를 추가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28%를 추가로, 180일 이후에는 전량 매도가 가능한 구조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분기 실적발표 직후 20%와 70·90·105일 7%씩의 해제 물량이 3분기 말 이전에 풀린다. 단순 계산으로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들이 보유한 지분의 약 41%(가 매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장기보유'를 천명한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락업 해제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지만, 미래에셋의 의도와 무관하게 다른 투자자들이 푼 물량이 만든 9월30일 종가로 미래에셋의 3분기 장부가 쓰인다는 뜻이다. 

◆ 엇갈리는 시선, 박현주 “분기 변동성은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한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평가이익 전망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을 들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고, 신한투자증권은 "현 주가는 스페이스X 지분가치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올해 3월 스페이스X의 선구적 투자에 따른 수익성을 고려해 미래에셋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7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높였다. 하나증권 역시 미래에셋증권을 스페이스X 상장 최대 수혜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4월 6만5천 원에서 8만1천 원으로, 5월에 다시 9만5천 원으로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박현주 회장 역시 스페이스X의 성장성을 강하게 확신하면서도, 주가 변동성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9일 서울 포시즌즈 호텔에서 열린 사내 강연에서 "상장 직후에는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 있으며 좋은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상장 직후부터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기 변동성은 문제가 아니며 (스페이스X 주가가) 연간 기준으로 상승한다면 우려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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