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두 달가량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의 향후 권력 지형을 결정할 전당대회에서 이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끌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 당 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를 낙점했다는 평가가 당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픽'인 셈인데, 이 대통령이 사실상 낙점한 후보들은 잇달아 선거에서 쓴잔을 마셨다. 이번 이재명픽은 성공할까.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유럽 순방길을 배웅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맞아 정청래 당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 총리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른바 '친석(친김민석)계' 의원들은 연일 정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 결과를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김 총리의 이번 당권 도전에는 이 대통령의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민주당 친석계는 스스로 '친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청래 대표를 '반명' 또는 '비명'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자신들이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논리를 내세운다.
실제 이 대통령은 김 총리를 지지하는 모습을 거듭 보였다. 이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묻는 질문에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이해가 안 가는 장면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주는 경고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전국적인 큰 승리"로 평가했던 정청래 대표와는 결이 다른 인식이었다.
논란은 다음 날인 9일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 부부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길에 오르는 자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배웅에 나섰지만, 정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김 총리를 차기 당대표로 사실상 낙점하고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지은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지방선거 평가 발언 등을 언급하며 "저는 윤석열이 누구를 찍어서 당대표 시키는 행위에 엄청 욕을 했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걱정이 좀 된다"고 말했다. 이후 친석계 지지층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이 전 대변인은 결국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6·10 만세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지원은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 당원 사이에서 김 총리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정치권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재명픽은 돌이켜 보면 실패가 더 많았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대표적 명픽으로 꼽혔던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수석도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동훈 무소속 후보의 승리를 지켜봐야 했다. 하 전 수석은 정청래 대표의 '차출'이 있었지만 결국 이 대통령이 승인함에 따라 출마가 가능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다.
김용남 후보의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그의 출마에 직접 관여한 흔적은 없지만, 김 후보는 당내 이른바 친명계(친김민석계)의 강력한 지원 아래 선거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심각한 갈등까지 빚었다. 무엇보다 김용남 후보는 이 대통령의 '중도 확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한편 정청래 대표를 향한 친석계의 공격은 이날도 계속됐다.
정 대표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낮은 자세로 일신우일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친석계로 분류되는 황명선 최고위원 등은 지방선거 책임을 거론하며 정 대표의 사퇴와 연임 포기를 압박했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구성되는 24일 전후로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