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켓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연설 도중에도 항의하고 이 대통령은 이를 맞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역대 최대인 820조 9천억 원 규모의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의 대립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법정기한인 12월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설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이 발언을 잠시 멈추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51.6%에서 내년 48.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신규 국채 발행분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 순증가분도 거의 없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네", "왜 신규 채권을 발행하냐"는 등의 고성이 나왔다. 일부 의원은 예산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재판 재개하라"는 요구까지 외쳤다.
이에 이 대통령은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도록 하겠다"며 연설을 잠시 멈췄다. 항의가 계속되자 "제가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로 호응하면서 연설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설에 앞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1400조 나라빚+162조 미래빚더미기금' 등의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민주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등을 규탄했다.
이에 민주당은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반대부터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비판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듣고, 따져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듣지도 않고 외치는 규탄이 아니라, 제대로 듣고 꼼꼼히 따지는 예산 심사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기조로 '모두의 성장'을 제시했다.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성장의 혜택을 고르게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 9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취약계층 지원, 지역 균형발전 등에 재정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에 반대하며 대규모 예산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둘러싸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기금의 여유 재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천억 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고, 개별 사업 예산 26조 9천억 원을 감액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직후에도 국민의힘에 예산 심사 협조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숫자로 보이는 성과에 그치지 않고, 성장의 온기가 국민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예산 심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면서 법정 처리 시한 내 예산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