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쏟으며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결국 숨지게 한 어머니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어머니는 아들이 숨지기 하루 전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에 가입한 뒤 사망보험금까지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 질환을 앓던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결국 숨지게 만든 어머니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어머니는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고액 사망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양철한)는 유기치사와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3년 9월20일 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주택에서 시작됐다. 간 질환을 앓던 아들 B씨는 오후 10시쯤부터 여러 차례 피를 토했다. 출혈량은 약 3L에 달했고, B씨는 혼자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나 당시 보험설계사였던 A씨는 아들을 병원으로 옮기거나 119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 외부에서 보험 영업을 하며 B씨 명의의 보험 2건에 가입했다. 두 상품은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각각 최대 5천만 원과 2억 원을 지급하는 보험이었다. A씨는 자신을 계약자이자 보험금 수익자로 지정했으며, 피보험자인 B씨가 작성해야 하는 동의란 등에도 본인이 대신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방치돼 있다는 사실은 A씨의 지인이 경찰에 알리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지인은 B씨가 전날 밤 피를 토했는데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집 안 화장실 앞에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당시 B씨는 의식과 호흡, 맥박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B씨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인 22일 새벽 저혈량 쇼크와 토혈로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이후 사망진단서 등을 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2억 원의 보험금을 청구받은 보험사는 지급을 거부했지만, 다른 생명보험사는 한 달 뒤 A씨에게 2500여만 원을 지급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는 2024년 1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공소청은 보완 수사를 진행한 뒤 유기치사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법정에서 A씨는 아들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고, 위급한 상황이라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보험에 가입한 날 아들을 만나 계약서에 직접 서명을 받았다는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고 내용과 의료기록, 의료진의 소견 등을 살펴볼 때 A씨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 기록에는 B씨가 전날 밤부터 토혈했으며, 바닥에 피가 흥건할 정도로 출혈이 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남편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의료진에게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남편은 B씨가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야 아들의 출혈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반신 마비로 집 안에서도 거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남편의 상태 역시 A씨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으로 작용했다.
의료진은 B씨가 다량의 피를 토한 뒤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졌을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의료 소견과 관련 진술을 토대로 B씨가 직접 외출하거나 보험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아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상 피해자를 구호할 유일한 보호자였지만, 심각한 상태의 피해자를 집 안에 그대로 두고 이를 기회로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들의 사망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는데도 A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나 반성의 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보험금 2억 원이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