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계가 모바일의 한계를 넘어 대형 콘솔·PC 게임 시장까지 빠르게 장악하는 가운데, 중국의 신작 'AAA급 게임'(대형 게임 제작사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수백만 장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만드는 비디오 게임)인 '팬텀 블레이드 제로'가 주요 게임 평가 사이트에서 90점대 호평을 받아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영국 게임 웹진 '유로게이머'가 주요 웹진 가운데 이례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기면서, 아시아 게임을 향한 이중잣대 논란이 불붙고 있다.
S-Game에서 제작한 액션 RPG 게임 '팬텀 블레이드 제로'(사진)가 2026년 10월29일 출시했다. ⓒS-Game
중국의 게임사 S-Game은 29일 액션 RPG 게임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출시했다. 플레이어는 중국 무협에 스팀펑크와 오컬트적 기계 문명을 결합한 세계관 속에서 스승 암살 누명을 쓴 암살자 '혼(Soul)'이 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
해당 게임은 출시를 앞두고 게임 기자와 주요 웹진에 제공된 사전 리뷰용 게임을 플레이한 평론가들은 전투 시스템과 시각적 연출 등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 게임업계가 대형 콘솔·PC 게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기대에 걸맞게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전문가 리뷰 사이트 오픈크리틱과 메타크리틱에서 각각 91점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오픈크리틱에서는 우수 작품에 부여하는 '머스트 플레이(Must Play)' 등급도 획득했다. 이처럼 다수 웹진들의 호평이 이어졌지만 영국 게임 웹진 유로게이머는 지난 25일 공개한 리뷰에서 5점 만점에 3점을 부여했다. 100점 만점으로 단순 환산하면 60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유로게이머의 평가가 공개된 뒤 집계 사이트의 평균 점수도 변동했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88점으로 내려갔으며, 오픈크리틱 점수 역시 90점으로 소폭 하락해 '머스트 플레이' 등급도 사라졌다.
■ 전투 연출은 호평, 밸런스와 완성도는 비판
S-Game이 제작한 액션 RPG 게임 '팬텀 블레이드 제로'에 3점(5점 만점 기준)을 준 영국 웹진 '유로게이머'. ⓒ온라인 커뮤니티
유로게이머는 리뷰에서 '팬텀 블레이드 제로'의 전투 연출을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게임의 밸런스와 완성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려하고 영화적인 쿵푸 액션을 구현한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그 성과를 퇴색시킨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체적으로 일반 적과의 전투에서는 패링과 회피, 무기 전환, 처형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쿵푸 영화에 가까운 전투 흐름을 만들어 낸다고 분석했다. 시각적 연출과 직접 조작하는 전투의 재미도 인정했다.
반면 일반 적을 상대할 때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가 보스전에서는 '나무 막대기'처럼 무력해질 정도로 전투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리의 매력이 부족하고 버그도 잦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었다. 전투 시스템의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게임 전반의 완성도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취지다.
■ '아시아 게임에 이중잣대?'... 과거 리뷰까지 도마에 올라
영국 웹진 '유로게이머' 리뷰에서 3점(60점 환산)을 받은 게임들을 모은 이미지. ⓒX
유로게이머의 이번 리뷰를 둘러싸고 일부 게이머들은 해당 매체가 아시아권 게임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근거로 제시한 사례는 한국 게임 'P의 거짓', 중국 게임 '검은 신화 : 오공', 일본 게임 '파이널 판타지 레조넌스'다. 유로게이머의 리뷰 기록에 따르면 세 작품은 각각 2023년 9월, 2024년 8월, 2026년 10월에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모두 60점에 해당한다.
일부 게이머는 세 작품을 나란히 배치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작품은 다른 평가 지표에서 대체로 높은 점수를 기록해 왔다.
반면 북미 게임에 대한 유로게이머의 평가는 비교 대상으로 제시됐다. 유로게이머는 2024년 10월 출시된 '드래곤 에이지 : 베일가드'에 5점 만점에 5점을 부여했다. 당시 리뷰에서는 작품을 뛰어난 판타지 RPG로 평가하며 바이오웨어의 대표작에 견줄 만한 게임이라는 취지로 호평했다.
그러나 해당 게임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출시 후 약 2개월간의 플레이어 수는 150만 명으로, 회사가 기대했던 300만 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메타크리틱 이용자 점수 역시 10점 만점에 2.6점에 머물렀다.
최근 출시된 게임 '마라톤'에 대한 평가도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다. 유로게이머는 이 작품에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소음은 무시하라, 이 게임은 스스로 말한다'는 제목의 리뷰를 게재했다. 리뷰는 "전투의 매력과 독창적인 맵 설계를 강조하며, 게임을 단순히 외형에 의존하는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 약 14만 명에 달했던 해당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는 진입 장벽과 최적화 문제, 콘텐츠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급감하며 이용자의 90% 이상이 이탈했다. 개발비로 약 37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개발사 번지의 사업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결국 총괄 디렉터 조셉 지글러가 출시 4개월 만에 사임했으며, 스튜디오 내부의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은 북미권 게임의 흥행 부진 사례와 아시아권 게임에 대한 낮은 점수를 비교하며 유로게이머의 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유로게이머가 일본 게임 '엘든 링'과 한국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에는 높은 점수를 준 사례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해당 매체가 아시아 게임 전반을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영국 웹진 '유로게이머'는 중국 AAA급 게임에 연속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럼에도 중국산 'AAA급 게임'에는 아직까지 높은 점수를 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중잣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로 다른 작품의 장단점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점수에 반영했는지가 핵심인 만큼,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수록 유로게이머의 평가 기준이 일관적인지, 나아가 비평의 신뢰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