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정치인들의 부패 의혹이 새로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이란전쟁으로 인한 고물가에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가스 기업 주식으로 막대한 평가이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만이 정치권의 사익 추구를 향한 분노로 번지면서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텍사스에서도 일부 보수층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통신=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정치권의 부패와 이해충돌 문제가 오는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트럼프의 석유주식 가치, 3580만 달러 늘었다 : 가계는 기름값 부담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민주당 측은 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가스 관련 주식 자산이 올해 최대 3580만 달러(한화 약 474억 원)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기준 보유액은 최대 8160만 달러(약 1080억 원)로 2025년 말의 약 2배에 달한다. 특히 올해 석유·가스 주식 매입액의 94% 이상이 미국-이란전쟁 발발 이후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주요 종목은 셰브론과 엑슨모빌 등 미국의 대형 석유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반면 미국-이란전쟁이 시작된 2월28일 이후 미국 가계가 추가로 부담한 휘발유 비용은 모두 1010억 달러(약 133조6천억 원), 가구당 평균 856달러(약 113만 원)로 추산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6일 기준 갤런(약 3.8리터)당 4.29달러로 개전 당시보다 44% 상승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증가액은 민주당 측이 공개된 재산신고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추정치다. 주식 평가액 증가 자체가 불법 거래나 부패 행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전쟁과 관련된 정책결정이 에너지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고유가 부담을 떠안기면서 개인적으로는 이익을 얻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등록유권자의 88%는 '정부 부패'를 극도로 또는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물가 상승'을 우려한다는 응답률 85%보다 높은 수치다.
앞서 9월 AP통신과 미국 여론조사기관 NORC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에 '부패했다'는 표현이 매우 잘 어울린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민주당에 같은 평가를 내린 비율은 37%였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와 함께 지난 16~18일 등록 유권자 1648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69%가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와 사익 추구, 이해충돌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온건파와 협력하는 공화당 메인스트리트 파트너십의 사라 체임벌린 대표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생계비 부담과 부패가 거의 대등한 관심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부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유권자가 많아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경제적 불만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텍사스주 스탠턴의 석유시추 장비 모습. ⓒ AFP통신=연합뉴스
◆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까지 번진 부패 공방 : 공화당 지지층도 흔들
부패 논란은 실제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핵심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중간선거 기간 방영된 정치 광고 8천 개 이상을 분석한 결과, 부패 문제는 경제에 이어 두 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주제였다.
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민주당은 10월 초까지 윤리 문제를 다룬 광고에 3억600만 달러(약 4050억 원)를 지출했다. 공화당의 1억8700만 달러(약 2470억 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대표적인 격전지는 텍사스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꼽힌다.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공화당 후보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의 부패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팩스턴 장관은 2023년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주 하원에서 뇌물 수수와 권력 남용 혐의로 탄핵소추됐지만, 주 상원에서 무죄 결정을 받았다. 그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탈라리코 후보와 지지 단체들은 이러한 전력을 부각하며 약 5900만 달러(약 780억 원)를 투입해 부패 관련 광고를 18만2천회 가량 방영했다.
10월 텍사스대학교의 여론조사에서는 부패문제에 관한 신뢰도에서 탈라리코 의원이 팩스턴 법무장관을 10%포인트 앞섰다.
특히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이 팩스턴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투표를 포기하거나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댈러스의 공화당원인 샘 클락은 워싱턴포스트에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도덕적 기준을 포기하려 한다는 사실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팩스턴의 부패 의혹에 실망하면서도 민주당 후보의 진보적 정책에 반대해 공화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