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기후·환경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기후·환경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한국에는 한때 'N포 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연애와 결혼, 출산 등 점점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담은 표현이었다. 개인의 포기처럼 보이는 선택 뒤에는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불안한 미래가 있었다.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요즘 '○○ 캔슬'이라는 말이 쓰인다. 목욕을 건너뛰는 '목욕 캔슬', 연애를 하지 않는 '연애 캔슬', 잠을 줄이는 '수면 캔슬'까지 등장했다. 일상적인 행동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캔슬계(キャンセル界隈)'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연애도 목욕도 취소 일본에 퍼지는 '캔슬계' : 일본 청춘의 '일상 생략 버튼' 스스로 누른 것일까?
누워서 잠을 청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픽사베이

28일 엑스(X·옛 트위터) 검색창에 '캔슬계'를 입력하자 일상의 크고 작은 일을 '취소'한다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시작은 2024년 SNS에서 화제가 된 '목욕 캔슬계'였다.

이후 연애와 수면, 인간관계, 잔업과 직장 후배 육성까지 취소의 대상이 넓어졌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도 올해 10월10일 젊은이들 사이에 번진 캔슬 문화를 조명했다.

N포 세대와 캔슬계가 가리키는 현상은 다르다. 전자가 삶의 주요 과제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강조했다면, 후자는 일상의 번거로움을 가볍게 표현하는 인터넷 유행어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두 표현은 비슷한 질문을 남긴다. 정말 원하지 않아서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고 싶어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일까.

"귀찮아서요", 그런데 목욕할 기력도 없다

연애도 목욕도 취소 일본에 퍼지는 '캔슬계' : 일본 청춘의 '일상 생략 버튼' 스스로 누른 것일까?
지난 9월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캔슬계’ 관련 반응.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해봤다. ⓒ엑스 계정 

일본 시장조사업체 아스마크가 2025년 5월15~19일 전국 20~34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같은 해 10월9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목욕을 건너뛰는 날이 있다는 여성의 42.5%는 '귀찮아서', 41.0%는 '피곤해서 목욕할 기력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목욕이 귀찮은 것과 목욕할 힘이 없는 것은 다르다. 옷을 벗고 몸을 씻은 뒤 머리를 말리는 과정까지,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도 지친 날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캔슬'이라는 표현이 이런 사정을 외면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9월21일 엑스에는 "젊은이가 게으른 게 아니다. 그냥 사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다 써버리고 없다. 이대로면 곧 '인생 취소계'가 생길 것", "보도에서 '캔슬계'라는 단어를 쓰는 게 진짜 기분이 나쁘다. 빈곤이라고 해라" 등의 일본어 게시물이 올라왔다.

일부 이용자의 반응을 일본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일상을 생략하는 행동을 가벼운 유행이나 개인의 선택으로만 다루는 데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일본의 경제 상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2025년 전년 대비 1.3% 줄며 4년 연속 감소했다. 생활비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총무성이 지난 23일 발표한 9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종합지수 기준 전년 동월보다 2.1% 올랐다.

일본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생활의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4%는 1년 전보다 생활의 여유가 줄었다고 답했다. 여유가 늘었다는 응답은 4.5%였다. 조사는 8월3일부터 9월4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4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972명이 유효 응답했다. 청년층만의 결과는 아니지만, 생활의 부담이 폭넓게 체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활의 여유가 줄면 무엇을 덜어낼지 고민하게 된다. 지출일 수도, 사람을 만나는 약속일 수도 있다. 피로까지 겹치면 씻는 일처럼 사소한 일상마저 버거워질 수 있다. 캔슬이라는 말 뒤에 어떤 부담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쉬려고 켠 SNS에서도 피로가 쌓인다

연애도 목욕도 취소 일본에 퍼지는 '캔슬계' : 일본 청춘의 '일상 생략 버튼' 스스로 누른 것일까?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 ⓒ픽사베이

일본 조사업체 크로스마케팅이 올해 6월4~5일 전국 20~69세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7월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SNS 이용자의 45%는 SNS에서 잠시 거리를 두거나 쉬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로를 느끼는 상황으로는 '정보량이 너무 많을 때'가 40%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보며 지치거나 자신과 비교할 때 피로를 느낀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쉬려고 들여다본 화면에는 다른 사람의 여행과 소비, 연애 이야기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휴식의 시간이 비교의 시간으로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취소하는 일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부담을 느낄 때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일본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규범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 논의된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의식이 필요한 도움을 거절하거나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취소'라는 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사정

'포기'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내려놓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취소'는 자신의 판단으로 예정된 일을 그만두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의 N포 세대라는 말이 청년들이 무엇을 포기해야 했는지 물었다면, 일본의 캔슬계라는 말은 무엇을 하지 않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사정은 그 이름에 담겨 있지 않다.

모든 '캔슬'을 불가피한 포기로 볼 수는 없다. 불필요한 일을 줄여 자기 시간을 확보하려는 선택도 있고, 유행어를 가볍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유를 잃고 피로와 무기력 속에서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마저 취소하는 현상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그 배경에 놓인 생활 여건을 살펴봐야 한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국힘 주진우 '김혜경 골프 의혹' 헛발질 : 해당 골퍼가 당장 부인, 그 정도 확인도 없이 터뜨리나
  • 2 이스라엘 총선 D-1, 네타냐후 재집권 '빨간불' : 19년 집권 끝에 감옥 가고 미국-이란 전쟁 끝나나
  • 3 '볶음너구리'부터 걸그룹 'A2O LITE'까지, 과거에서 답을 찾다 : 마시면 이틀 뒤 일어나는 '캪틴큐'도 품절
  • 4 전쟁으로 '떼돈' 번 트럼프, 미국 중간선거 맞아 '부패 의혹' 쟁점 되나 : 공화당 텃밭 텍사스도 균열 조짐
  • 5 이번엔 사과를 썰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15년째 애플 아이폰 긁는 광고 : 풍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 6 '통곡하며 차선 하나 점령'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 활보한 만취 여성 : 국내 성인 3명 중 1명 '1달에 1번 이상 폭음'
  • 7 시인 윤동주, 타국 옥사 81년 만에 최고등급 '금관문화훈장' 수훈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8 에쓰오일에 원유 조달 '중동 치중'이 단비 됐다 : 아람코의 공격적 가격 인하로 샤힌 프로젝트 부채 한숨 돌린다
  • 9 무료 글꼴 넘치는데 유료 폰트 회사 '산돌' 왜 웃을까 : 용도별 라이선스 구분 없애고 AI 활용해 개발 구조 혁신
  • 10 비 쏟아지자 소방대원은 울먹이며 감사기도 올렸다 : 몇달 동안 산불과 싸우는 인도네시아, '산소 버스'도 등장

허프생각

'범죄자 잡으려 범죄 만든다' 황색 저널리즘의 민낯 : 영화 '프라임타임'에 주목하는 이유
'범죄자 잡으려 범죄 만든다' 황색 저널리즘의 민낯 : 영화 '프라임타임'에 주목하는 이유

저널리즘 vs 리얼리티 쇼

허프 사람&말

브라질 룰라 대통령 4선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청신호 : NYT 환경론자들의 중대한 승리
브라질 룰라 대통령 4선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청신호 : NYT "환경론자들의 중대한 승리"

극우 진영 '방해'가 변수

최신기사

  • 방탄조끼 입던 트랜스젠더 정치인들, 룰라 승리에 볼 입맞춤 : 브라질, 성소수자들 '혐오' 뚫고 의회 단상에
    글로벌 방탄조끼 입던 트랜스젠더 정치인들, 룰라 승리에 볼 입맞춤 : 브라질, 성소수자들 '혐오' 뚫고 의회 단상에

    연방하원에 트랜스젠더 여성 의원 3명

  • 이재명, 외국인 노동자 발언 '곡해' 지적에 한겨레 제목 수정 : 제목에 '크게' 두 글자가 빠졌다고 한다
    뉴스&이슈 이재명, 외국인 노동자 발언 '곡해' 지적에 한겨레 제목 수정 : 제목에 '크게' 두 글자가 빠졌다고 한다

    좋은 저널리즘은 '실수'를 인정한다

  • LS마린솔루션 해저통신 사업 강화한다 : SK브로드밴드와 국제 해저케이블 긴급 복구 업무협약
    씨저널&경제 LS마린솔루션 해저통신 사업 강화한다 : SK브로드밴드와 국제 해저케이블 긴급 복구 업무협약

    해저통신 케이블 시공·유지보수 업력 약 30년

  • 대신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빗썸도 뚫렸다 : 은행 이어 증권사·자산운용사·가상자산거래소까지 해킹 확산
    씨저널&경제 대신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빗썸도 뚫렸다 : 은행 이어 증권사·자산운용사·가상자산거래소까지 해킹 확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직접 침투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 '영아 사망 사건' 아주대 병원 소아과 압수수색에 전문의 7명 사직 의사 : 경찰 압수수색 걸린 시간은 17분
    뉴스&이슈 '영아 사망 사건' 아주대 병원 소아과 압수수색에 전문의 7명 사직 의사 : 경찰 "압수수색 걸린 시간은 17분"

    필요한 절차 vs 과잉수사

  • 연애도 목욕도 취소 일본에 퍼지는 '캔슬계' : 일본 청춘의 '일상 생략 버튼' 스스로 누른 것일까?
    라이프 "연애도 목욕도 취소" 일본에 퍼지는 '캔슬계' : 일본 청춘의 '일상 생략 버튼' 스스로 누른 것일까?

    피로와 무기력함, 일본판 'N포 세대'

  • 스타 만들어준다는 '학원형 연예기획사'에 속지 않는 5가지 방법 : '표준계약서' 사용하라
    엔터테인먼트 스타 만들어준다는 '학원형 연예기획사'에 속지 않는 5가지 방법 : '표준계약서' 사용하라

    꿈이 간절한 만큼 계약은 냉정하게

  • [커리어 칼럼] 40대 직장인이라면 지금 당장 이력서를 써 봐야 한다
    보이스 [커리어 칼럼] 40대 직장인이라면 지금 당장 이력서를 써 봐야 한다

    숫자로 내 몸값을 증명하는 법

  • 네이버 브룩필드와 90억 달러 'AI 팩토리' 인프라 정식 계약, 엔비디아 지분 투자 조건 채웠다
    씨저널&경제 네이버 브룩필드와 90억 달러 'AI 팩토리' 인프라 정식 계약, 엔비디아 지분 투자 조건 채웠다

    엔비디아, 네이버에 곧 지분 투자

  • HD현대일렉트릭 3분기 매출 역대 최대에도 수주는 두 자릿수 감소 : '북미 빅테크 신규 계약' 4분기 기대
    씨저널&경제 HD현대일렉트릭 3분기 매출 역대 최대에도 수주는 두 자릿수 감소 : '북미 빅테크 신규 계약' 4분기 기대

    3분기 영업이익률 24.1%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