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의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 인수가 인공지능(AI)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2024년부터 이어져 온 엔비디아의 반독점 관련 조사에 추가된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법무부 건물. ⓒ펙셀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의 129억3천만 달러(약 17조2천억 원) 규모의 허깅페이스 인수 계약과 관련해 질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수·투자·영업 관행 전반을 살펴보는 한편, 엔비디아가 고객에게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인수로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에서 핵심적 위치를 확보하고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허깅페이스는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AI 모델, 데이터셋, 소프트웨어 도구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AI 분야의 기업과 연구자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기에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9월3일 허깅페이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으며, 인수 절차는 2027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수를 통해 엔비디아가 반도체를 넘어 AI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가 앞으로도 다양한 반도체·클라우드·AI 서비스 업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플랫폼 인수가 엔비디아에 경쟁 반도체 제조업체와 AI 서비스 업체보다 유리한 위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무부 관계자들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통해 경쟁업체에 어떤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 질문하고 허깅페이스의 경쟁사에 관한 정보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엔비디아의 다른 인수와 사업 관행을 둘러싼 조사와도 맞물려 있다. 법무부는 2024년 8월 엔비디아의 AI 스타트업 런에이아이(Run:AI) 인수 건을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과 관련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런에이아이는 엔비디아 GPU의 가상화 기술을 제공해 고객이 보유한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당시 법무부는 엔비디아의 판매 관행에 관해서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28일 조사에서 엔비디아가 2025년 12월24일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한 계약과 관련해서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엔비디아가 자사의 네트워킹 장비와 그록의 프로세서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AI 칩을 더 많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는지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 했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또 엔비디아의 스케드엠디(SchedMD) 인수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드엠디는 슈퍼컴퓨터와 AI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슬럼(Slurm)'을 개발한 기업이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2025년 12월15일 스케드엠디를 인수하자 AI 전문가들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속적 접근과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주요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조사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2월13일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선스 정책과 사업 관행 등을 조사하면서 경쟁업체들에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2025년 9월2일 판결에 따라 온라인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해당 판결에는 경쟁업체와의 데이터 공유와 기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부 독점 계약 제한 등이 포함됐다.
미국 법무부는 2024년 3월 애플이 타사 앱 및 기기 개발자를 제한해 사용자가 경쟁 서비스로 전환하기 어렵게 만들고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했다며 16개 주 검찰총장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소송 기각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2025년 6월30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타 역시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FTC와 법정 공방을 벌였다. FTC는 2025년 11월 메타의 독점적 지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결을 받았으며, 올해 1월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리나 칸 FTC 위원장은 빅테크 기업에 강경한 규제 기조를 보였다. 칸 위원장의 임기는 2025년에 끝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2025년 4월 취임한 후임자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엄격한 감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악시오스는 2025년 2월 "퍼거슨 후보가 위원장이 돼도 빅테크 기업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연방 조사의 위협에 계속 직면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로이터통신은 "(이번 엔비디아에 관한 법무부 조사가) 반드시 제재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