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산불을 진화하던 자원봉사자들이 온몸으로 폭우를 맞으며 도로 위에서 감사 기도를 올리는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산불 진화 자원봉사자들이 10월2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남칼리만탄에서 쏟아지는 빗속에 엎드려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다. ⓒdiarialma 스레드 계정
인도네시아 매체 데틱뉴스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인 25일 인도네시아 남칼리만탄주 반자르군 아스탐불에서 산불 진화에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이 폭우 속에서 감사 기도를 올렸다.
영상에는 보호장비를 착용한 대원들이 젖은 도로에 몸을 던지며 비를 반기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대원들은 나란히 서서 두 팔을 들어 올린 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이들이 올린 것은 이슬람식 감사 기도인 ‘수주드 슈쿠르’다.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 나임은 데틱뉴스에 "약 40분에서 1시간 동안 불과 싸우고 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점차 빗줄기가 굵어졌다"며 "우리와 동료 자원봉사자들은 몇 달 동안 기다려온 비가 내려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으며 기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10월2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중앙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수레를 밀고 있다. 일대는 산불과 토지 화재로 발생한 짙은 연무에 뒤덮였다. ⓒAF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산불은 불을 이용한 개간 관행과 식물 잔해가 두껍게 쌓인 습지인 이탄지 훼손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기업과 소규모 농가 등이 개발·농업용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며, 물을 빼낸 이탄지는 건기에 특히 화재에 취약해진다. 식물 잔해가 두껍게 쌓인 이탄층에 불이 붙으면 땅속에서 수개월 동안 타기도 해 진화가 어렵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로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림과 이탄지가 더욱 메말랐다. 로이터는 올해 인도네시아 산불이 10여 년 만에 가장 극심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10월2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중앙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주민들이 산불 연무 속에 시 당국이 배치한 무료 이동식 '산소 버스'에서 산소를 들이마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산불 연무로 주민들의 건강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중앙칼리만탄주에서는 산소통과 의료진을 갖춘 '산소 버스'까지 등장했다.
로이터는 27일 중앙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에서 호흡 곤란을 겪는 주민들이 버스를 찾아 한 번에 5~10분씩 산소를 흡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8월부터 10월25일까지 산불 관련 호흡기 질환 사례는 약 35만 건에 달했다. 연무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까지 번지며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2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팔랑카라야의 중앙칼리만탄 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대가 짙은 연무 속에 모여 산불과 토지 화재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의 산불 대응을 비판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AP통신은 23일 중앙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의 주지사 사무실 앞에 500명 넘는 시위대가 모여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적극적인 산불 대응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산불 문제는 다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도 맞물렸다.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2일 수라바야에서 열린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 출범 2주년 관련 반정부 시위에서는 산불의 국가재난 지정과 연료 부족 해소, 언론 자유 보장 등의 요구가 터져나왔다.
10월22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대학생들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2주년 직후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뜻으로 세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