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겸 조선사업 총괄 부회장이 그룹 조선 부문의 전반을 아우르는 중책을 맡으면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실적 성장을 이어온 HD현대중공업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중장기 수익 기반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선 부문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HD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호황 이후를 대비한 사업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는 기존 조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선박용 엔진 사업의 외연을 넓히고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등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상선 부문의 성장 둔화를 보완하고 그룹 조선사업의 다음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겸 조선사업 총괄 부회장이 상선 부문 호황의 끝자락에서 엔진 부문과 미국 신규 조선소 건설에 따른 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9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날 HD현대중공업의 2027~2028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며 목표주가도 대부분 하향 조정됐다.
이날 다수의 증권사가 HD현대중공업 분석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10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낮춰 잡았다. 현대차증권이 54%, DB증권이 52%, 다올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39%를 하향 조정하는 등 목표주가의 하락 폭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요인은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기대치(컨센서스)를 밑돈 것과 연계해 2027~2028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진 점과 함께 향후 상선 부문의 피크아웃 우려로 요약된다.
HD현대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7536억 원, 영업이익 8992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성장세를 이어가는 성과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시장에서 기대하던 수준보다는 8% 낮았다.
특히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14.7%)이 직전 2분기보다 3.1%포인트 하락한 것이 핵심으로 지목된다. 환율 하락, 조업일수 감소, 수익성 높은 가스선 비중의 하락, 임단협 타결에 따른 추가비용 선반영 등이 종합적으로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가운데 조업일수 감소나 임단협 비용 선반영 등의 요소를 제외하면 중장기적으로도 실적 하락 압력을 가할 만한 지점이다.
중국 조선사들의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조선업 피크아웃 우려 역시 HD현대중공업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로 꼽힌다.
중국 조선사와 경쟁이 심화되고 선박 건조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2028년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상선 부문의 성장 기울기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역할이 확대된 시점에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7일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내 조선사업 역량을 두루 살피는 조선사업 총괄로 역할이 커졌다.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더 큰 책임을 짊어지게 됐는데 그룹의 최대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의 상선 부문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최근 HD현대중공업 노사가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전날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울산 동구 본사에서 2026년 임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노사는 23일 진행한 26차 교섭 끝에 △기본급 12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호봉승급분 2만 원 인상 △격려금 1150만 원 및 약정임금 200%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어 27일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이 잠정합의안은 가결됐다.
이 부회장은 노조의 추가 파업에 따른 HD현대중공업 생산 차질 및 납기 지연 우려를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3분기 HD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에 따른 조업중단 4일과 하계휴가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로 5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손해 봤다.
이미 노조가 올해 11차례 파업과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단협이 장기화했을 때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전날 조인식에 참석한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임단협 타결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 온 만큼 앞으로는 미래를 위한 과제에 집중해 나가길 바란다”며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적지 않은 리스크였던 임단협 문제를 풀어낸 만큼 상선 피크아웃 우려를 향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여건을 갖추게 됐다.
엔진 사업은 상선 부문의 중장기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활로를 모색할 대표적 분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엔진기계 부문을 두고 선박 추진 및 발전용 엔진 사업을 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부문은 3분기 매출 9511억 원, 영업이익 2299억 원을 올리며 영업이익률 24.2%를 기록했다. HD현대그룹을 통틀어서도 긍정적 일회성 비용이 나온 부문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올리는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로 상선(72%)에 이어 두 번째를 나타내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참여를 통한 미국 사업 확대도 HD현대중공업을 향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함정 부문에서 HD현대미포 흡수합병 이후 시너지를 창출하는 가운데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핵심 이행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두 사업이 최근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결정을 내리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 엔진 부문은 83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선박용 엔진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육상 발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이어 미국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현지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는 결단이 내려졌다. 이 부회장의 역할이 클 뿐만 아니라 HD현대중공업 역시 핵심 사업주체로 참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HD현대중공업 목표주가를 내려 잡으면서도 “AI 데이터센터용 엔진 수주를 쌓으면서 2028년 이후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며 “HD현대와 키윗 사이 사업에 따라 또 피크아웃을 물리치는 이익의 성장도 가능한 구조로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HD현대그룹은 앞서 이 부회장을 조선사업 총괄로 선임하면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굴하는 한편 회사별 대응전략과 세부 실천계획 수립 등 그룹 조선사업 전반을 지휘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용 엔진발전 사업,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 등 신규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