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과 음식점 메뉴판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음식 사진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식욕을 돋우기는커녕 기괴하고 징그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소비자는 AI 사진을 사용하는 음식점 자체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올라온 인공지능(AI) 생성 음식 사진이다. ⓒ스레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식 장사를 하면서 AI 사진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지나치게 번들거리는 표면과 고무를 연상시키는 질감,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음식의 형태가 오히려 입맛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AI로 만든 메뉴 사진을 보고 음식점을 향하는 발길을 돌리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이러한 거부감은 음식점의 위생과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25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는 AI 음식 사진을 사용하는 업주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음식 한 번씩 해서 사진 찍기도 아까워하는데 음식이나 청결 및 위생에 돈을 많이 썼을 리가 있겠으며 저런 사진들이 일반 소비자한테 얼마나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아예 알지도 못하는 메타인지를 가진 사장이 올바른 서비스를 할 거라는 생각이 아예 안 든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AI 사진의 부자연스러움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업주의 감각 역시 불신의 이유로 꼽힌다. 결국 사진에 대한 시각적 거부감이 실제 음식의 품질과 음식점의 신뢰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AI 음식 사진에 대한 반발로 음식점의 홍보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대형 배달 플랫폼이 공식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렇다면 AI 음식 사진은 왜 유독 기괴하고 불쾌하게 느껴질까. 이를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다. 사람을 닮은 로봇이나 인공물이 실제 인간과 미묘하게 다를 때 느끼는 섬뜩함을 뜻한다. 최근에는 AI 음식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을 설명하는 데도 활용된다.
2025년 4월 1일 국제학술지 '애피타이트(Appetite)'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와 미국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AI 음식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어설프게 사실적인 AI 음식 이미지가 오히려 더 기괴하고 불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실제 음식에 가까운 이미지보다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연구진은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예상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모습이 불편함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AI의 기술적 한계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는 지난 9월 4일 AI 음식 사진이 기괴하게 만들어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이미지에서 학습한 시각적 패턴을 바탕으로 음식을 그려낸다. 그러나 음식의 실제 구조나 물리적 특성을 언제나 정확하게 재현하지는 못한다. 특히 면발처럼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구조나 복잡하게 반복되는 형태를 표현할 때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얼핏 보면 먹음직스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형태가 발견되는 이유다.
음식은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입에 넣고 먹어야 하는 대상이다. 그만큼 작은 시각적 이질감도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 삼는 것은 사진의 어색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 사진은 소비자가 실제로 받아볼 음식을 가늠하는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AI가 만든 이미지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음식이 담길 수도 있다. 아무리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실제 음식과 얼마나 닮았을지는 알 수 없는 셈이다.
음식에는 '손맛'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맛을 넘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경험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음식에서 기대하는 것도 먹음직스러운 모습만은 아니다. 누군가 직접 만들고 정성을 들였다는 믿음도 중요하다.
AI 음식 사진에 대한 거부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AI는 업주에게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반면 일부 소비자에게는 음식 사진 한 장 찍는 수고마저 아끼려는 태도로 비친다. 소비자들은 사진 한 장에서 음식점의 정성과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기괴한 이미지에서 오는 불쾌감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AI 음식 사진을 둘러싼 논란은 음식에 담긴 사람의 손길과 정성, 소비자의 신뢰에 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