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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5대 시중은행장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은행장 연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실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으십니까?"

이 질문에 5대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손을 들었다. 영업실적과 내부 통제,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라는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실적'을 꼽은 것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내부 통제가 중요하다는 질문에 손을 들었다.

정 행장이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실적에서 자신의 연임을 뒷받침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한 3조68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에 지난해 4분기보다 이익이 소폭 줄더라도 연간 순이익 4조 원을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신한은행 정상혁 3연임 도전과 '순이익 4조' 예비 성과 : 국감서도 '실적' 강조했지만 '고객정보 유출' 책임론 만만찮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신한은행장 1차 압축 후보군을 선정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다만 좋은 실적이 곧바로 정 행장의 세 번째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약 2만5천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고로 내부통제 책임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국감에서는 정 행장이 중요하게 꼽은 실적보다 고객정보 보호와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질문이 집중됐다.

금융당국도 올해 은행장 인선에서 실적뿐 아니라 내부통제 역량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행장으로서는 연간 최대 순이익 경신을 눈앞에 두고도 내부통제에 관한 평가라는 또 다른 연임 관문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 국감서 연임 조건으로 '실적' 선택한 정상혁, 연간 순익 4조 가시권에도 수익성은 주춤

28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차기 은행장 1차 압축후보군을 선정했다. 다만 후보군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권의 눈은 정상혁 행장의 연임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실적'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정보유출 책임론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 연간 순이익 4조 원 달성까지 한 걸음만을 남겨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조6837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3561억 원보다 9.8% 증가한 수치로, 4조 원까지 남은 금액은 3163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187억 원이었다는 점을 살피면 올해 4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약 24.5% 적은 이익을 거두더라도 연간 4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조7748억 원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과 비교하면 911억 원 차이에 불과하다.

3분기 단독 순이익 역시 1조22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늘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8.5%였던 전년 동기 대비 누적 순이익 증가율은 3분기를 지나면서 9.8%로 높아졌다.

정 행장이 연임 심사에서 내세울 수 있는 '실적'이라는 무기가 한층 강화된 셈이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취임 첫해인 2023년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3조677억 원이었지만 2024년 3조6954억 원, 2025년 3조7748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에는 연간 순이익 4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취임 이후 매년 순이익을 늘려왔다는 성과를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의 순이익 성장세를 이끈 것은 이자이익 확대다.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7조43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3.3% 늘어난 345조249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기업대출이 4.7% 늘어나 가계대출 증가율 1.5%를 크게 웃돌았다.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이 12.3% 증가하며 기업대출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전년 동기가 아니라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변화도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5.9% 감소했다. 특히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 1.61%에서 3분기 1.58%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됐는데도 자금조달 비용이 대출 운용수익률보다 빠르게 높아진 영향이다.

신한금융의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강영홍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운용수익률 개선 효과보다 조달비용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3분기 자산수익률은 전분기보다 0.10%포인트 높아졌지만 부채비용률은 0.15%포인트 상승했다.

자금조달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은 3분기 중 9조3670억 원 감소한 반면, 정기예금은 8조656억 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예금이 줄고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정기예금이 늘어난 것이다.

신한은행은 4분기에도 은행권 조달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 CFO는 "연말까지 NIM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조달 여건 안정과 대출금리 재산정 효과에 힘입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보유출 책임론에 직면한 정상혁, 국감에서는 실적보다 내부통제 도마에

정 행장이 좋은 실적을 확보했음에도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익성 관리 외에도 내부통제에 관한 책임을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 행장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내부통제와 관련된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9월 말 외부 공격자가 대출 관련 조회 서비스에 비정상적으로 접근하면서 약 2만5천 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연소득과 대출한도 등 금융거래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

정 행장은 사고 발생 이후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보보호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 약 453억 원 가운데 317억 원을 집행했다. 전체 예산의 약 30.1%인 136억 원이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정 행장의 연임 여부를 직접 거론한 의원도 있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19일 국감에서 은행장의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고객정보 보호와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제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객정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은행장이 연임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정 행장에게 물었다.

정 행장은 해당 질문에 연임 여부에 대해 당장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의원의 지적도 충분히 유념해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적에서는 연임을 뒷받침할 성과를 확보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내부통제 문제가 경영진의 자격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 은행 임추위 권한 강화한 신한금융, 금감원도 CEO 선임절차 점검 나섰다

올해부터 신한은행장 선임 절차 자체도 달라졌다는 것 역시 정 행장의 연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9월2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면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중심이 돼 후보군을 관리하고 평가했다면, 올해부터는 은행 임추위에도 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를 직접 추천할 권한을 부여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지주 추천위원회뿐 아니라 은행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추위의 역할도 강화한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사전에 마련된 기준과 절차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국감에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은행장 인선 절차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으며 26일에는 금융지주 자회사 CEO 선임이 끝난 뒤 후보 선정과 검증, 평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사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28일에는 8개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현재 진행중인 자회사 CEO 승계절차에서 후보군 선정, 검증·평가, 기록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2024년 말 첫 연임에 성공했던 정 행장이 올해 다시 선임되면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맡는 은행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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