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정교해지면서 대학가의 시험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감독을 강화해도 부정행위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워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뿐 아니라 수능 시험장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 세계 교육계가 시험의 평가 방식에 대해 고민 중이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28일 대학가 움직임을 종합하면
AI가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무너뜨려, 시험 점수가 학생의 실제 이해도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국대에서는 시험 문제를 캡처해 AI로 답을 얻은 정황이 드러나 600여 명이 재시험을 치렀고, 연세대에서는 챗GPT 등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로 관련 학생들이 0점 처리됐다. 고려대에서도 온라인 시험 중 문제와 답을 공유하고 AI를 활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정답형·단답형 문항이나 비대면 시험은 AI를 활용해 답을 얻기 쉬워 기존 감독 체계만으로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AI 안경처럼 사용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운 기기까지 등장하면서 시험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수업 과제에서도 AI를 학습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결과물을 대신 작성하게 하는 행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시험이 학생의 실제 실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마저 제기된다.
풀이 설명부터 금속탐지기까지... AI 부정행위 막으려는 외국 대학들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전경. ⓒ버클리 대학교 홈페이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대학들도 AI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탐지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로스쿨은 과제와 시험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대부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대학 차원에서는 교수들에게 강의계획서에 AI 사용 기준을 명시하도록 하고, 구체적 허용 범위는 수업의 성격과 학문 분야에 따라 담당 교수가 정하도록 했다. 모든 수업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평가 목적에 맞춰 활용 기준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AI로 작성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탐지 도구도 검토했지만, 대학 차원의 공통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UC버클리 교수학습센터는 AI 사용 적발에만 매달리기보다 평가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을 권고했다. 학생에게 정답뿐 아니라 풀이의 근거와 과정을 설명하게 하거나, 제출한 과제의 핵심 내용을 짧은 구두 설명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교수가 먼저 과제 문항을 생성형 AI에 입력해 본 뒤 AI가 쉽게 답을 내놓는다면, 학생이 더 깊이 사고해야 풀 수 있도록 문제를 수정하라는 조언도 제시했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은 허가 없이 AI를 이용해 평가물을 작성하면 표절이나 대리 작성에 해당하는 학업 부정행위로 다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I 작성 탐지 기술을 평가 절차에 활용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6~2027학년도부터는 온라인 표절 검사 서비스 '턴잇인'(Turnitin)의 AI 작성 탐지 기능을 평가 절차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교수자의 학문적 판단과 관련 증거를 토대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제출물의 진위를 확인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 대학들은 한층 직접적인 감독 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 화남농업대학은 AI 스마트안경을 시험장에 반입하거나 사용하려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속탐지기와 함께 'AI 스마트 순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히 시험장 영상을 녹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험생이 고개를 반복해서 돌리거나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책상 아래에 두는 행동, 의심스러운 물품을 주고받는 행위 등을 자동으로 식별해 감독관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스마트안경을 비롯해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 휴대전화 등을 시험장에 반입하면 해당 과목을 0점 처리하는 것과 함께 과태료 부과 또는 그 이상의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칭화대 역시 시험 중 통신기기나 각종 장치를 이용해 문제와 답안, 관련 자료를 주고받으면 유기정학 이상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3명 이상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하거나 대리시험을 치르면 퇴학 처분 대상이 된다.
대학마다 세부적인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들 기술적 감시를 강화, 평가 방식을 바꾸는 등 감독 체계를 보완하고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AI 부정행위 대책은?
2026년 11월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AI 안경과 관련된 부정행위 해결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AI 부정행위와 관련된 교육계의 고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더 커지고 있다. AI 안경 등 새로운 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예방 대책 없이 감독관의 주의와 육안 식별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불만감이 퍼지고 있다. 감독 업무를 맡은 교사들의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교육당국은 수능 현장의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교원단체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먼저 만났고, 오늘인 28일에는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면담을 진행한다. 이는 2027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AI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 대응과 감독관 보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원단체들은 현행 시험 관리 체계가 감독관의 육안 식별과 사후 적발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교원 2716명을 대상으로 '수능·모의고사 감독 업무 관련 2차 현장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설문에서는 응답 교사의 82.3%가 교육부가 배포한 현행 감독 절차만으로는 수능·모의고사에서 AI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58.7%, '그렇지 않은 편이다'가 23.6%였으며, '식별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수능은 수험생의 진학 기회와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 방지를 감독관의 주의에만 의존한다면 시험의 공정성 자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교육당국의 비상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