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실화 기반 영화가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작품의 제목은 시청률이 가장 높은 황금시간대를 뜻하는 '프라임타임'이다.
영화 '프라임타임' 티저 포스터. ⓒA24
26일 영화계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배우 로버트 패티슨이 주연을 맡은 영화 '프라임타임'의 국내 개봉일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국내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9월5일 개봉돼 현재도 상영 중이다.
영화는 미국 TV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사 프로그램 '데이트라인 NBC'의 코너 '투 캐치 어 프레데터(To Catch a Predator)'와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방송인 크리스 헨슨을 다룬다. 2006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의 방식은 단순하다. 제작진이 온라인 채팅에서 청소년인 척하며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성인들을 유인하고, 카메라가 설치된 집으로 불러낸 뒤 진행자 크리스 헨슨이 이들을 추궁해 경찰에 넘기는 것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막겠다는 취지는 분명했다. 방송에 노출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동성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로그램은 전국적 화제를 모았다. 범죄 혐의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거나 변명하는 장면은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고, 시청자들은 악인을 찾아내 응징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통쾌함을 느꼈다. 범죄자를 붙잡는 일이 곧 정의를 실현하는 일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기대가 커질수록 프로그램이 마주한 유혹도 커졌다. 더 많은 시청자를 붙잡으려면 더 충격적인 장면이 필요했고, 더 큰 화제를 만들려면 더 유명하거나 지위가 높은 인물을 잡아내야 했다. 일종의 도파민 중독처럼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위태롭게 이어지던 프로그램은 2006년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빌 콘래트 주니어 사망 사건'으로 결국 파국을 맞았다. 당시 56세로 텍사스 록월군 수석 중범죄 보조지검사였던 루이스 윌리엄 빌 콘래트 주니어가 미성년자로 가장한 방송 자원봉사자와 성적인 온라인 채팅과 사진을 주고받은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이른바 '대어'를 낚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한껏 고무됐고, 경찰과 협력해 특집 방송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콘래트는 제작진이 마련한 텍사스주 함정 주택에 나타나지 않았고, 특집 방송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제작진은 경찰과 함께 콘래트의 자택에 찾아갔다.
그러나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촬영진은 콘래트의 체포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에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경찰과 제작진이 집 앞에 도착하자 심리적 압박을 느낀 콘래트는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이 사건은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높은 화제성을 누리던 프로그램도 2008년 종영을 맞았다.
물론 콘래트가 온라인에서 나눈 대화의 내용과 그 행위의 위법성은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그러나 '함정 주택'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의 집까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압박하는 것은 정당할까. 범죄자 처벌은 필요하지만 방송사 카메라는 유명인에게 사형선고 및 집행과 마찬가지 아닐까.
영화 '프라임타임' 스틸컷.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시사 프로그램 '투 캐치 어 프레데터'(To Catch a Predator)의 진행자 크리스 헨슨을 연기하고 있다. ⓒA24
이 질문은 '투 캐치 어 프레데터'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 프로그램은 숨어 있는 범죄자를 찾아내 사회의 위험을 제거해 왔다. 그러나 제작진이 범죄자를 찾아내는 데 멈추지 않고 '범죄 가능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조장하는 일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원하는 결말을 완성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취재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하며, 권력과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있다. 하지만 '투 캐치 어 프레데터'는 온라인 채팅을 통한 유인부터 미성년자 사칭, 함정 주택의 설치, 숨은 카메라의 배치, 경찰과의 연계까지 일련의 과정을 설계했다.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이 벌어질 조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이는 범행 의사가 뚜렷한 사람의 범죄를 확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확고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쉽지 않고, 반복적으로 기회를 제공해 누군가를 범행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범죄 조장'이 될 수 있다.
특히 방송이 범죄자를 찾아내는 데 만족하지 않고 더 극적인 체포 장면과 더 충격적인 결말을 원하면서, 방송사 취재는 '연출'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때 제작진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극적인 포장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 크리스 헨슨은 '투 캐치 어 프레데터'에 대해 죄책감이나 후회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크리스 헨슨은 콘래트의 사망 이후에도 '후회 등 마음의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그 개인이 내린 결정"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프로그램 제작진은 시청률을 향한 욕심에 정의와 오락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제작진은 사회의 악을 드러낸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범죄가 발생하기를 기다리고, 범죄자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마침내 누군가의 몰락을 최고의 장면으로 소비했다면 그들이 좇은 것은 진실보다 '자극적인 쇼'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