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중진들과 '당내 통합'을 위한 만찬을 앞두고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 강경론을 재차 비판했다.
공식 석상에서는 화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국정 운영 방향에 반대하는 쪽은 연일 '무책임한 극단주의(무극파)'이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은 서로 다른 의견을 아우르는 화합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이들만 아우르는 '선택적 통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송영길·박지원·정동영·우원식·안규백·정성호·윤호중·이인영·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의원 9명과 만찬을 가진다. 취임 이후 당내 최다선 의원들과 별도의 만찬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듣고 당내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과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이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내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극파'(무책임한 극단주의파)와 '국정방해세력'으로 몰아간 데 사과하지 않느냐는 누리꾼의 글을 공유하며 정면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분도 있고, 자신의 숨겨진 정치적·사적 목적을 위해 선명성만 내세우거나 과도한 선동적 주장을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개혁의 발목을 잡는 분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자신만이 진정한 개혁 주체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 공격했다. 특히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선동을 하고 진짜 개혁을 하려는 동지를 공격"하는 행태를 무책임한 극단주의라고 규정했다.
자신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누리꾼의 문제 제기에는 "본인이 그에 속하지 않는다면 언짢을 이유가 없고, 그에 속한다고 생각돼 기분이 나쁘다면 한 번쯤 되돌아보시기를 권유한다"고 맞받았다.
물론 이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강경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비판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달 4일 밤에도 엑스에 '무극파'를 경계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9일에는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급진 개혁을 내세워 내부를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에 반발했던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 2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이러한 반박에 철저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김용민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이루고자 한 과제가 있어서이지 자리를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의 9일 발언을 반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며, 김 의원은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며 검찰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견 자제'를 내걸며 이 대통령을 거들었다. 김 대표는 12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티07'에서 "여당 내부에서 (의견을) 전할 수 있는 분들은 그 안에서 내부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또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께도 직접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여당 인사로서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말고 내부 소통으로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은 여권 내부의 비판에 강경하게 맞서고, 당 대표는 공개적 이견 표출에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아우르는 통합보다,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이들만의 결속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별도로 이 대통령은 엑스의 발언과 달리 공식 석상에서는 통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26일 우원식 전 국회의장과의 오찬에서도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특히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우 전 의장은 이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맨 오른쪽)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대통령의 제일 큰 일은 통합이다"라고 강조했다. 개혁 과제 추진 과정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저의 준비 부족, 과정 관리 부족이 제일 큰 원인 아니었을까 싶다"며 "개혁 과제들을 수행해 나가는 데 일종의 과잉 자신감이었을 수 있겠다는 반성도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공식석상에선 통합을, 엑스에선 무극파 비판을 이어가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날 만찬 참석 예정자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이 SNS 활동을 "조금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의원은 21일 JTBC '이가혁 라이브'에서도 "대통령이시니까 좀 용어를, 대통령 언어를 썼으면 좋겠다"며 신중한 표현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