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패션 기업인 나인앤컴퍼니와 함께 새 합작법인 '아이디나인(IDNINE)'을 출범하고 뷰티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일동제약은 자사의 제약·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더마 코스메틱 제품을 아이디나인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 역량과 나인앤컴퍼니의 브랜드 운영 및 마케팅 경험을 접목해, 고기능성 제품을 감각적인 브랜딩 기법으로 선보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일동제약은 자체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퍼스트랩'을 보유하고 있다. 윤웅섭 대표이사 회장이 기존 화장품 사업과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발굴해 실질적 매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아이디나인 출범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과 나인앤컴퍼니는 26일 서울 성동구 나인앤컴퍼니 본사에서 '아이디나인'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식에는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과 이재준 공동대표이사 사장, 최규환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이기운 나인앤컴퍼니 대표이사를 비롯한 두 회사 인사와, 아이디나인 공동대표로 내정된 신아정 일동홀딩스 전무, 정민규 나인앤컴퍼니 전무 등이 참석했다.
출범식은 했지만 아직 아이디나인의 설립등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자금액과 지분 관계 역시 공개되지 않았는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나인앤컴퍼니 쪽 지분 참여율이 일동제약그룹 쪽보다 더 높은 구조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일동제약과 나인앤컴퍼니는 8월 뷰티·헬스케어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새로운 합작법인에서 코스메틱, 이너뷰티, 건강기능식품, 뷰티 디바이스를 주요 사업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아이디나인은 일동제약과 나인앤컴퍼니의 역량을 접목해 뷰티·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일동제약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프로바이오틱스 화장품 원료 '세라글로우(Cera-Glow)'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라글로우를 활용해 피부 장벽 관리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2027년부터 고기능성 더마 스킨케어 제품군을 차례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세라글로우는 수분 손실을 줄이고 외부 자극을 막는 피부 장벽의 핵심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의 생성을 돕는 물질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브랜드나 제품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한 통화에서 "이제 출범을 하는 단계여서 정해지진 않았으나 앞으로 뷰티 및 헬스케어 브랜드 라인업과 제품을 출시하게 될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이어 "나인앤컴퍼니가 패션을 기본으로 하는 컬처 플랫폼 콘셉트를 가진 기업이고 일동제약은 제약, 헬스케어와 건기식, 기능성 화장품 사업을 하는 만큼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인앤컴퍼니 쪽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나인앤컴퍼니 관계자는 "나인앤컴퍼니가 가진 마케팅 네트워크와 감각적인 브랜딩 기법을 반영한 고기능성 스킨케어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나인앤컴퍼니는 2006년 설립된 플러스 사이즈(빅사이즈) 여성 의류 전문 D2C(소비자 직접 판매) 기업이다. 2022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기존 사명인 '공구우먼(09WOMEN)'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대표 브랜드인 '공구우먼'을 필두로 플러스 사이즈 여성 의류 브랜드인 '위니드'와 '액티러블', '제로핏', '제로라인', 남성 캐주얼 브랜드 '조군샵', 프리미엄 아동복 '콩제슬래드' 등을 전개한다. 플러스 사이즈 패션 플랫폼인 'DBDB'와 하이 패션 플랫폼 '피야피야'도 운영하고 있다.
나인앤컴퍼니는 2026년 6월 최대주주가 창업주인 김주영 전 대표에서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CCGI(씨씨지인베스트먼트아시아)로 변경되면서 사명도 바뀌었다. 대표이사도 새로운 최대주주 쪽 인사인 이기운 대표이사로 교체됐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이재준 일동제약 공동대표(뒷줄 왼쪽 세 번째)가 26일 합작법인 출범식에서 이기운 나인앤컴퍼니 대표(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일동제약
◆ 새로운 수익원 될 수 있을까
일동제약은 이번 신사업이 그동안 축적해 온 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연구개발 능력과 나인앤컴퍼니의 브랜드·마케팅 경험을 접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동제약은 이미 자체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인 '퍼스트랩'을 계열사인 일동헬스케어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퍼스트랩은 초유 등 천연원료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2015년 론칭한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다. 일동헬스케어는 최근 퍼스트랩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패키지 디자인을 개편하는 등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 합작법인 출범은 퍼스트랩과 구별되는 브랜드로 뷰티 사업을 확장하려는 윤웅섭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의도가 뷰티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나인앤컴퍼니 쪽 니즈와 맞아떨어지면서 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웅섭 회장은 일동제약이 기존 퍼스트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합작법인까지 설립하며 뷰티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기존 퍼스트랩과 신규 합작법인이 모두 더마 코스메틱을 겨냥하는 만큼, 제품 효능과 가격대, 고객층, 판매 채널을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신규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의 고객을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그룹 전체의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을지가 성과를 가늠할 기준으로 떠오른다.
게다가 일동제약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파도프라잔), 경구제 제형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당뇨·비만약 후보물질 등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에는 항암신약 개발사 아이디언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368억 원에 인수(취득 후 지분율 13.95%)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뷰티 사업 투자 확대가 본업과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