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 확보를 위해 여러 보조금을 줄이려는 가운데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삭감 대상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보조금 정책을 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전기차 보급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6년 10월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EPA통신=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28일 "정부는 9일 장관 회의에서 연말까지 예산 및 세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검토할 계획을 확인했다"며 "다만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노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경제산업성은 예산 삭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예산 전면 재검토는 다카이치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조치의 일환이다. 다카이치 정부는 성장 투자를 확대하고 식품 소비세를 인하하는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원을 확보하고자 여러 업계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주요 삭감 대상"이라며 "삭감뿐 아니라 완전히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25년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수소차 보조금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이어지자 수소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늘렸다. 일본 기업들은 수소차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당시 미국은 일본의 수소차 보조금 정책이 테슬라 등 해외 전기차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차세대 자동차 진흥센터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 이후 보조금을 활용해 전기차 71만 대가 구매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지만, 차 한 대당 보조금이 100만 엔(약 845만 원)을 넘어 시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이런 보조금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며 "최소한 출구 전략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조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제산업성은 전기차 보급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2027년 회계연도 예산안에 프로그램을 연장하기 위한 예산으로 1100억 엔(약 9300억 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9월 기준 일본의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다. 경제산업성 고위 관계자는 "아직 내수 창출 단계에 있는 만큼, 지금 보조금을 축소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21일 경제산업성은 2027년 1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현행 수준의 60~80%로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대 전기차 보조금은 130만 엔(약 1100만 원)에서 78만 엔(약 656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경제산업성은 2025년 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에서 확보한 약 1100억 엔 규모의 보조금 예산이 소진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을 이어가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경제산업성이 지출 삭감을 제안해 더 큰 폭의 삭감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도 경제산업성이 보조금 축소에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경제산업성은 전기차 보급 확대가 2050년까지 일본의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100%를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