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을 발판으로 분기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률은 80%에 육박하고 현금성 자산은 100조 원을 웃돌면서 실적과 재무 건전성 모두 새로운 기록을 썼다.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사업구조가 수익성 극대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는 이제 성장의 결실을 주주와 나누는 데도 속도를 낸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쳐 100조 원 이상의 주주환원을 추진해 앞으로 실적 개선을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주주환원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솔리다임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가운데 앞으로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가 2026년 3분기 역대 첫 분기 매출 100조 원 돌파, 영업이익률 80% 등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2026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04조6155억 원, 영업이익 83조3338억 원, 순이익 39조775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2025년 3분기보다 매출은 327.9%, 영업이익은 632.1%, 순이익은 215.7% 늘어난 것이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매출 236조5105억 원, 영업이익 181조4867억 원, 순이익 174조441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67.7%, 영업이익은 547.3%, 순이익은 528.3%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로 주요 제품 가격이 상승한 시장 환경 속에서 고부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또다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이전 최고치였던 2분기의 76.3%를 넘어서는 79.7%를 기록했다.
제품별로는 HBM4 출하가 본격화된 가운데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D램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낸드에서도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제품 전반이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천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6조5천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2조8천억 원 줄어든 15조8천억 원을 기록해 순현금은 98조7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SK하이닉스는 선단 공정의 기술 난도가 높아지고 신규 생산시설을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30년까지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우호적 여건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DDR5와 AI 서버용 저전력 데이터더블레이트(LPDDR)5 소캠 판매를 늘려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특히 급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해 연말까지 청주 M15X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6세대 HBM4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는 HBM4 출하량 및 매출이 이전 5세대 HBM3E를 앞지르며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는 4분기에 주력인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이고 고부가 제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대역폭플래시(HBF)와 시스템 최적화 기술을 바탕으로 낸드를 AI 서비스의 핵심 솔루션으로 키워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하이닉스는 8월 예고한 대로 이날 추가 주주환원 방안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2026 회계연도 기준 현금배당 30조 원 이상,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기존 40조 원을 포함한 60조 원 이상 등 모두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기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인 40조 원에서 이번 발표로 60조 원을 추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영업 실적에 기반해 배당 규모를 정하고 대규모 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특별배당으로 추가 환원하며 자사주 매입은 매 분기 이어가겠다는 원칙도 내놨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이날 3분기 현금배당 14조 원과 자사주 매입 20조 원을 결의했다. 매입할 자사주 가운데 주주환원 목적의 10조 원은 전략 소각하고 나머지 10조 원은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한다.
3분기 배당금은 1주당 2만 원으로 실적 개선을 반영한 1만 원과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투자로 실현한 수익을 나누는 특별배당 1만 원으로 구성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키옥시아 투자로 실현한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논란 끝에 중단한 솔리다임 상장 문제를 직접 설명하며 주주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곽 사장은 “솔리다임 기업공개(IPO)를 통한 외부 자본 활용은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주주환원 여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주가 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IPO를 통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성과가 쌓일수록 주주 여러분과 나누는 결실도 함께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 실적 창출로 미래 성장에 관한 신뢰를 쌓고 그 결실을 주주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