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원형 연예기획사’가 미성년자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오디션 기회나 캐스팅을 내세워 계약을 유도한 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고액의 훈련비를 받은 뒤 약속한 서비스나 활동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일도 적지 않다.
이른바 아이돌 산업에서는 어린 나이에 일찍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오디션을 준비하는 일이 흔하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는 과거 다큐멘터리 '202020 BoA'에서 "13~15세에 데뷔해서 16~18세 고등학교 나이에 성공하지 않으면 아이돌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서 10살, 11살, 12살에서 보아를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이돌 산업의 속성 탓에 오디션 합격이나 캐스팅에 대한 기대를 이용한 '부실 계약' 피해가 늘고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23년 6월~2026년 6월) 접수된 학원형 연예기획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366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91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0% 증가했다.
개인의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연예 산업에서 오디션 합격이나 캐스팅 제안은 연예인 지망생에게 데뷔의 좋은 기회가 된다. 일부 업체는 이러한 기대를 앞세워 계약을 유도하는 만큼, 계약 전 약속한 활동 기회와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학원형 연예기획사와 관련된 부실 계약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 전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한국소비자원은 주의사항 5가지를 제시했다.
1. '오디션 합격 통보'에 현혹되지 마라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말에 기뻐하지 않을 연예인 지망생은 없다. 하지만 합격했다는 말만 믿고 서둘러 계약하면 안된다. 단순 등록 절차이거나 소비자를 유인하려는 수단일 수 있으므로 실제 연예계 활동 지원이 가능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카메라 테스트 등을 진행한 뒤 당일 또는 다음 날 오디션에 합격했다며 계약 체결을 유도했다. 피해 연령대는 아동·청소년이 184건으로 전체의 50.3%를 차지했다.
2. 트레이닝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하면 의심해라
일반 연예기획사는 트레이닝 등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점에 명심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분야 연습생 표준계약서 제5조 '훈련활동 비용의 관리' 항목을 보면, 기획업자는 연습생의 훈련활동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대신 연습생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에 연습생의 대중문화예술용역 제공에 따른 수익에서 훈련활동비를 차감할 수 있다.
반면 학원형 연예기획사가 학원업으로 등록돼 있다면 교습 비용은 소비자가 지불한다. 다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학원 등록 사업자라도 대중문화예술인 양성을 내세우며 기획업무 제공에 관해 거짓 광고나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3. '출연 보장'은 문서로 남겨라
오디션 보장, 출연 약속 등 구두로 약속한 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특약으로 기재해야 한다.
캐스팅 자체는 제작사의 결정이나 작품 수요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업체가 결과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대신 오디션 추천 횟수, 프로필 전달 혹은 출연 보장을 구두로 말하면서 계약을 유도했다면 업체가 실제로 이행하겠다는 서비스를 문서로 구체화해야 한다.
4. 중도 해지 때 환급 받을 수 있는지 살펴라
2024년 8월 A씨는 자녀의 키즈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고 198만 원을 결제했다. 계약 당시 업체는 광고 캐스팅, 브랜드 촬영 등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활발한 캐스팅이 이루어질 것처럼 안내했다. 하지만 계약 후 19개월 동안 실질적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고 3월 A씨가 계약해지와 환급을 요구하자 업체 측은 담당자가 연락하겠다고 답변한 후 지속적으로 회신을 피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계약 해지 과정에서 당초 계약금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받은 사례도 있다. KTV 국민방송이 22일 보도한 사례에 따르면, 자녀의 키즈모델 활동을 위해 297만 원을 내고 2년 계약을 맺은 B씨는 6개월간 외부 활동 제안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후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업체는 포트폴리오 발송 비용 등을 포함해 392만 원을 청구했다
소비자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총 비용뿐 아니라 프로필 촬영비·컨설팅비 등 항목별 비용과 각 서비스의 제공 시점, 환급금 산정 방식을 살펴야 한다. 특히 약속한 교육이나 캐스팅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을 때 어떤 절차로 계약을 해지하고 환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5.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라
특히 연습생 신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대중문화예술분야 연습생 표준계약서'를 참고할 수 있다. 해당 계약서는 연습생의 권익 보호와 공정한 계약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학원 수강이나 프로필 촬영, 키즈모델 에이전시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계약에 연습생 표준계약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