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10명 가운데 9명은 실제 수감되지 않고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은 107명 가운데 98명(91.6%)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9명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판결한 전국 16개 지방법원 가운데 11곳에서는 실형 선고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법원의 처벌이 입법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동아 의원 ⓒ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갑)은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심 판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2022년 1월27일부터 2026년 6월까지 1심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법인을 포함해 22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107명이었는데, 98명(91.6%)이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9명에 그쳤다. 벌금형은 75명, 무죄는 16명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법원별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판결한 전국 16개 지방법원 가운데 한 차례라도 실형을 선고한 곳은 울산지법(3명), 수원지법(2명), 대전지법(2명), 부산지법(1명), 창원지법(1명) 등 5곳에 그쳤다.
서울서부·중앙·북부, 대구, 인천, 전주, 청주, 의정부, 춘천, 광주, 제주 등 11곳 지방법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모두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특히 대구지법과 인천지법은 징역형에 집행유예 선고 사례가 각 18명, 13명으로 10명이 넘었다.
상급심에서도 1심 결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항소심 판결을 받은 49명 가운데 35명(71.4%)은 항소가 기각돼 1심 형이 유지됐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6명은 모두 상고가 기각됐다.
형이 확정된 사건으로 보더라도 실형 비율은 낮았다. 고용노동부가 15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확정판결 현황'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형이 확정된 사업장 81곳의 경영책임자 85명 가운데 실형은 3명(3.5%)에 그쳤고, 77명(90.6%)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인에 확정된 벌금은 평균 9800만 원으로, 법에서 규정한 상한(50억 원)의 2% 수준이었다.
김동아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9월21일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기본 형량을 징역 1년6월~4년으로 높이고 가중 시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하는 '중대재해범죄 양형기준안'을 심의했다. 그러나 확정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동아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책임자는 10명 중 9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며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만든 취지가 법정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양형기준이 조속히 확정되도록 촉구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법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