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에쓰오일의 최대 원유 조달처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원가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OSP가 1달러 낮아지면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3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로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진 에쓰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의 공격적 원유 가격 책정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
26일 정유·석유화학 및 증권업계를 종합하면 샤힌 프로젝트 투자로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이 200%까지 오른 가운데 아람코는 11월에도 마이너스 OSP를 이어갔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사업 확장 등을 목적으로 9조2580억 원을 투입해 울산에 새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2027년 초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 가동 시 연간 에틸렌 180만 톤, 프로필렌 77만 톤, 부타디엔 20만 톤, 벤젠 28만 톤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에틸렌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여러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88만 톤), 고밀도 폴리에틸렌(44만 톤)도 자체 제조한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투자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에쓰오일의 연결기준 2026년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약 200%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한 2022년 말 약 131%에서 2023년 말 약 139%, 2024년 말 약 181%, 2025년 말 약 199%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관해 한국기업평가는 5월 에쓰오일 분석 보고서에서 "샤힌 프로젝트로 자본적 지출이 확대되며 차입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아람코는 11월 아시아향 아랍라이트 유종의 OSP를 배럴당 -5달러로 결정하며 에쓰오일의 숨통을 틔워줬다.
OSP는 기준 유가와의 배럴당 가격 차이를 뜻하며, 아람코는 두바이·오만유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OSP를 정한다. 아람코의 OSP가 -5달러라는 것은 두바이·오만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5달러 저렴하게 팔겠다는 뜻이다.
11월 OSP는 2020년 6월 이후 6년여 만에 최저치로, 8월(-1.5달러), 9월(-2달러), 10월(-2달러)에 이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6일 에너지·화학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9~11월 OSP 평균은 -3달러로 이는 4분기 원가 절감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며 "9~11월에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에쓰오일의 원가 절감효과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8월 에쓰오일 분석 보고서에서 OSP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에쓰오일의 연간 영업이익은 3천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정유 4사(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에너지)의 최대 원유 수입처는 중동, 최대 수입 유종은 아랍라이트다. 이 가운데 에쓰오일의 중동산 원유 조달 비중은 90%가량으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다.
아람코 덕에 원가 부담은 한결 덜었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가동될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정부 주도로 에틸렌 등의 생산설비를 줄이는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2월 충남 서산 대산 석유화학단지, 7월 전남광주 여수 석유화학단지 기업들의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 두 계획으로 에틸렌 생산설비 249만 톤의 가동 중단이 결정됐다.
반면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두 단지 감축 규모의 70%가 넘는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이 시장에 새로 공급된다.
에쓰오일이 속한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사업재편 논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가 재편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여수, 대산 석유화학단지 기업들은 이미 감축 논의를 완료했다"며 "그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형평성 논란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에쓰오일은 정부 사업재편의 목적이 감산이 아닌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며, 원가 경쟁력을 갖춘 설비를 활용한 효율적 생산으로도 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