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현직 대법원장의 위법 사항을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한 전례는 없다. 하지만 국정조사 처리 절차와 국민의힘의 반대,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보였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성윤(앞줄 왼쪽부터), 한민수,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향후 조치와 관련해 우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모두 의견이 모아졌다"며 국정조사 추진 사실을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1월5일에 열릴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로 조 대법원장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한 뒤 탄핵소추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곧바로 대법원장을 탄핵하기 보다는 국정조사를 통해 탄핵의 명분을 쌓겠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번 국정조사는 위헌이자 사법부를 노예화 하려는 시도다. 탄핵보다 더 비열하고 노골적인 사법부 탄압이자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거대 여당의 폭거에 맞서고 범국민적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반대함에 따라 국정조사계획서를 작성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부터 여야의 대립이 예상된다.
국정조사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1/4 이상이 조사 범위와 목적 등을 담은 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지체없이 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과 협의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조사하도록 한다. 조사를 담당할 위원회가 결정되면 조사 기간과 조사 범위, 대상기관, 조사 방법 및 일정 등을 담은 국정조사계획서를 작성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고 표결을 거쳐 의결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히면 민주당 단독으로 계획서를 작성해 본회의에 의결해야 하는데 11월 정기국회가 예산심의 등이 이뤄진다는 점은 민주당 단독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반대하며 상임위원회 운영을 보이콧 한다면 예산심의 자체가 멈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반대를 뚫고 국정조사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조 대법원장이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조 대법원장이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 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는데 이를 놓고 국민의힘과 또 다시 엄청난 공방을 벌일 공산이 크다.
설령 조 대법원장이 국정조사에 출석한다 하더라도 증인 선서를 거부하고,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여권 의원들의 일방적 성토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지난 26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국정조사는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가 없다"며 "(조 대법원장의 잘못은) 이미 다 나온 것이고 한 달 동안 하더라도 상황이 변화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추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가 현실화 된다면 헌정사상 첫 현직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된다.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도 국회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