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입을 헹굴 수 있는 물을 주지 않고 잰 음주측정 결과는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측정 수치가 처벌 기준을 넘더라도 절차를 건너뛰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운전자가 잠들어 있는 등의 사정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이 입을 헹굴 수 있는 물을 주지 않고 잰 음주측정 결과는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진은 7월16일 세종남부경찰서가 특별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10월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0월1일 음주운전 재범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몬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차량 시동을 켜둔 상태로 운전석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를 체포했다. 지구대에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다. 그 과정에서 입을 헹굴 물은 주지 않았다.
1, 2심은 측정 결과를 유죄 증거로 받아들였다. 2심은 "피고인이 갑자기 일어나 측정기를 물고 불어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그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입헹굼물 제공은 2017년 경찰청 교통단속처리지침에 들어갔고,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됐다. 대법원은 이 절차가 "호흡조사 음주측정 결과의 정확성·신뢰성의 확보 수준을 한층 더 제고하기 위하여 경찰청 내부 업무처리지침에서 시행규칙으로 상향 규정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를 단순한 훈시규정이나 수사의 효율 또는 사건 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마련된 규정으로 볼 수 없다"며 "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호흡조사 음주측정을 하였다면 그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되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술을 마신 지 20분이 지났으면 괜찮다는 논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음주종료 시부터 20분이 경과하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트림, 딸꾹질, 구토, 치아보철, 구강 내 잔존 음식물 또는 구강청정제 사용 등의 영향이 배제·통제된 실험조건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영향의 배제·통제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현실의 음주운전 단속상황에서는, 호흡조사 음주측정 시점이 음주종료 시부터 20분이 경과한 시점이라고 하여, 구강 내 잔류 알코올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과대측정의 위험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고, 그 과대측정 범위의 추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운전자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정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호흡조사 음주측정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위 절차의 이행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