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귀찮은 쓰레기로 여겼던 휴지심과 아이스팩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새로운 거래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리수거함에 버려지거나 처치 곤란한 물건으로 취급받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당근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휴지심을 판매하거나 나눔한다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깨끗하게 사용한 휴지심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부터 100개에 9천 원을 받고 판매하는 글까지 다양하다.
사람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다 쓴 아이스팩, 휴지심을 판다는 게시글을 보고 좋아하고 있다. AI 이미지.
빈 병이나 헌책은 개수나 무게에 따라 고물상 등에 판매할 수 있지만, 휴지심은 통상적인 재활용품 수거 체계에서 별도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휴지심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그렇다면 다 쓴 휴지심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
■ 아이부터 반려견까지... 휴지심의 변신은 무죄
SNS에서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휴지심 '노즈워크' 장난감 제작 영상. ⓒ인스타그램
휴지심은 어린이들의 공작 활동부터 반려동물의 놀이 도구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원통형 구조를 살려 동물이나 로켓, 망원경 등 다양한 모형을 만들 수 있어 교육용 재료로도 유용하다.
특히 주요 수요층으로는 어린이집 교사 등 교육계 종사자들이 꼽힌다. 아이들과 공작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양의 재료가 필요한데, 가정에서 휴지심을 하나씩 모으기보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꺼번에 확보하는 편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물건을 활용해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려동물의 놀이 도구로도 쓰임새가 있다. 휴지심 안에 간식을 넣거나 양 끝을 접어 내용물이 쉽게 나오지 않도록 만들면 반려견이 후각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 노즈워크 장난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노즈워크 제품은 소재와 크기, 기능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플라스틱 소재 제품의 경우 대체로 1만~3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별도의 장난감을 구매하지 않고도 간단한 놀이 환경을 마련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 덜어주는 중고 아이스팩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다 쓴 아이스팩 36개를 5천 원에 팔고 있다. ⓒ중고나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휴지심 못지않게 주목도가 높은 품목으로 아이스팩이 꼽힌다. 가정에서는 식품 보관이나 냉찜질 등에 사용할 수 있지만, 특히 식품을 포장·배송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 수단이 된다.
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아이스팩을 검색했을 때 최저가는 개당 225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개당 100원 이하에 판매되는 사례가 많다. 대량 구매가 필요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량만 확보해도 충분한 소규모 매장에서는 재사용 가능한 아이스팩이 합리적 대안이다. 상태가 양호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 같은 생활형 재사용 거래는 아이스팩에 그치지 않는다. 보냉 가방과 포장재, 드라이아이스 포장 봉투 등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으로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중고거래가 개인 간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는 수단을 넘어 소상공인의 가게 운영비를 줄이는 통로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A씨는 한 언론에 "아이스팩을 낱개로 사면 배송비만 3천 원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동네에서 조금만 발품을 팔면 공짜로 구하거나 저렴하게 살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말했다.
■ 깨끗한 상태·묶음 판매·직거래가 핵심
휴지심이나 아이스팩처럼 단가가 낮은 물품을 거래할 때는 제품 상태와 판매 방식이 중요하다. 휴지심은 형태가 찌그러지지 않고 먼지나 오염이 없는 제품일수록 활용도가 높다. 판매 게시글에 보관 상태와 수량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면 구매자의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
묶음 판매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휴지심은 20~50개 단위로, 상자는 규격에 따라 5~10개씩 묶어 판매하면 구매자가 필요한 양을 확보하기 편리하다. 거래 방식으로는 동네 직거래가 유리하다. 개당 가격이 100원 안팎인 물품은 택배비가 상품 가격을 웃돌기 쉬워 배송 부담을 줄이는 편이 경제적이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재사용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자원의 수명을 연장하는 생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환경청(EEA)도 최근 보고서에서 "제품을 재사용해 수명을 늘리면 새로운 원자재를 채취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폐기물 처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