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의총)를 열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는 11월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동안 '검토'만 거듭했던 국정조사 추진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조속한 탄핵을 요구하는 조국혁신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한 탄핵의 '결정적 근거'를 확인하겠다는 것인데, 대법원 쪽의 비협조 속에서 성과를 낼지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 자칫 '맹탕 국조'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등 민주당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오후 국회에서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를 둘러싼 향후 조치와 관련해 "우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에서는 모두 의견이 모아졌고, 그래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국조(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다른 이견은 없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5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또는 소관 상임위원회 지정과 조사계획서 작성, 본회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실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앞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공개발언에서 사법부의 정치화 흐름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 원내대표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에 따른 공백 장기화와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을 거론하며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국회가 마땅히 할 책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조 대법원장의 갈등은 이달 들어 더욱 깊어졌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증인 선서와 답변을 거부한 점 등을 문제 삼아 왔다.
여기에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당내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커졌다. 당시 한민수 민주당 최고위원은 해당 판결을 비판하며,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적 탄핵보다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하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사진기자 체육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포함해 원래 생각한 대로 차근차근 진행해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도 이날 조국혁신당의 조속한 탄핵 요구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서 밝힐 것들을 밝혀야 한다"며 "탄핵을 발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인용이라든지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달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는 조속한 탄핵을 촉구해 온 조국혁신당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김준형 원내대표가 민주·개혁·진보 등 원내 5당에 긴급 친전을 보내 30일까지 원내대표 회동을 열자고 제안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정조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야 할 사실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장식 대표는 민주당이 지지율이 높을 때는 기존 분위기를 유지하려 하고, 지지율이 낮을 때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개혁적 선택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풍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적극적 결단을 촉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역시 전날 오후 MBC 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탄핵이 지금도 늦었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조 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했을 당시 탄핵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하겠다는 민주당의 판단에도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