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보령파마솔루션(BPS)'을 설립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보령의 사업 축을 △생산·R&D △커머셜 △우주 생명과학 등 세 영역으로 나누고 신설법인이 한국형 영업대행(CSO) 전문기업으로서 커머셜 영역을 전문적으로 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두 부문은 잔존법인인 보령이 맡는다.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오너 3세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은 "모회사인 보령은 생산·R&D와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를, 보령파마솔루션은 커머셜 인프라를 각각 전문화하게 된다"며 "각자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 집중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은 주주들의 분할 반대의사 접수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분할계획서를 승인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김정균 사장은 이번 물적분할의 실익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주주가치의 훼손은 없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임시주총 및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앞둬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회사의 국내영업 조직을 물적분할해 보령파마솔루션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3일부터 27일까지 주주들의 분할 반대의사 통지를 접수하고, 이번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분할계획서를 의결한다. 이어 10월28일부터 11월17일까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정식 분할기일은 2027년 1월4일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 설득이 어려울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회사가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회사분할결정)'에 따르면, 분할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 예정가격은 주당 8924원인데, 8일 오후 12시30분 기준 보령의 주가는 8600원대에 형성돼 있다.
만약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한다면 주식을 그냥 들고 있거나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수청구 총액이 500억 원을 넘으면 보령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분할을 철회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보령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행사되는 주주의 권리인 만큼 주주들의 행사 여부에 대해 회사가 별도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 국내영업 전문성 강화
보령 쪽에 따르면, 이번 보령파마솔루션 설립은 커머셜 역량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국내 시장에서 성장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령파마솔루션은 △보령 제품에 더해 경쟁력 있는 국내외 품목을 도입해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질환과 제품 특성에 맞는 전문 영업을 실행하며 △출시 후 전문적인 성장관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보령은 매출액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극대화해 '국내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보령은 2030년까지 자사제품 26건, 도입상품 16건 추가를 계획하고 있어, 확대될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전문체계를 선제적으로 갖출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금은 생산·R&D·영업의 투자 수요를 전사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영업부문에 특화된 자원 배분과 제도 운영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보령의 구상은 영업대행 기능을 포함하는 커머셜 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보령 제품의 판매를 넘어 다른 기업의 제품도 도입·판매하면서 영업망의 활용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잔존법인 보령은 제품 연구개발과 제조·생산, 오리지널 브랜드 인수·운영 사업(LBA, Legacy Brands Acquisition)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 시장의 질문 – 신설법인의 비전과 중복상장 우려
시장에서 묻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로운 구조가 기존 체제보다 더 큰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두 번째는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들의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사업모델과 목표의 구체성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설법인의 비전으로 제시한 '국내 시장점유율 10%'에서 '10%'의 실체가 아직 막연하고 불명확하며, 외부 포트폴리오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회사의 3개 사업 축 중 하나인 우주 사업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금껏 이뤄진 투자와 향후 계획, 전망을 제시해야 사업 영역의 전문화가 그룹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중복상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보령 쪽은 중복상장 계획이 전혀 없으며, 보령이 보령파마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에서 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분할의 기본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5년 이내 상장예비심사 신청 계획이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명문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년이 지난 후에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상 모회사 주주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8월부터 시행된 거래소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주주동의 판단에서 보통결의(출석주주 과반 찬성, 발행주식총수 25% 이상 찬성) 절차를 거치되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룰'을 준용한다. 회사 쪽은 현재 보령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4.91%이지만 3%룰이 적용되는 경우 8.4%에 그쳐 일반주주 적용 지분율이 91.6%에 달하게 되므로, 최대주주 의사만으로 보령파마솔루션 상장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