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틀었을 때 모든 노래가 다 똑같이 들린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
이는 '과도한 선별(Hyperselection)' 때문일 수 있다.
8일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와 제임스 쿡 대학교 연구진의 학술지 '심리학의 최전선(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아내는 데 점점 능숙해지며 동일한 특성을 계속해서 선택할 때 '과도한 선별'이 발생한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심리학자 호세 C. 용은 '과도한 선별'을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비유한다. 자연선택은 유익한 특성이나 더 효과적 전략을 가진 개체가 생존하고 번식할 가능성이 높은 진화 과정이다. 현대 기술은 이러한 선택 과정을 더 빠르고 강렬하게 만들었다.
과도한 선별은 일반적으로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동일한 것으로 '최적화'할 때 대안적 기능, 제품 및 전략이 사라질 수 있다. 다양성이나 가변성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 명작을 놓칠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과도한 선별의 결과물이 아닌 음악적 자율성과 파격의 집약체이다.
1975년 당시 평론가들은 이 곡을 "뻔뻔스러운 잡동사니"이자 "어울리지 않는 음악 스타일을 짜깁기한 작품"이라고 혹평했지만 지금은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로 손꼽힌다. 퀸이 창의적 위험을 감수한 결과다.
용 교수는 90년대 미국의 록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곡들도 예로 들며 그의 노래는 자신에게는 기괴하게 들리지만 신선하고 독창적이기 때문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팝 음악이 너무 비슷하게 들려 과선별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한 곡이 없다"고 덧붙였다.
용 교수는 음악이 스트리밍 횟수, 상품성, 소셜미디어에서의 짧은 집중력 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더 짧고 단순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서는 과선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수들이 속삭이듯 노래하는 우울하고 애절한 팝이나 몇 년 전 유행했던 멈블랩(흘리듯 랩하는 힙합)같은 장르가 그렇다.
용 교수의 공동 저자이자 동료 심리학자인 에디슨 탄은 새롭고 덜 알려진 인디 아티스트의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이다. 탄은 허프포스트에 "팝 음악에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을 갈망하게 됐다"고 전했다.
스포츠에서도 적용되는 성공공식
과도한 선별은 우리 삶의 거의 대부분을 더욱 예측가능하고 획일적이며 단조롭게 만들었다. 스포츠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프로 축구 팀들은 항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다. 어떤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상대 팀들도 재빨리 따라 한다. 경기는 더욱 전략적으로 정교해지지만 팀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점점 비슷해져 개개인의 기량이 발휘될 여지는 줄어든다.
인공지능(AI)의 과선별 가속화
인공지능이 과선별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용 교수는 "AI가 생성한 기사, 마케팅 문구, 소셜 미디어 게시물, 심지어 음악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느껴진다"며 "이는 모두 동일한 기본 패턴에서 생성되고 효과적 요소에 따라 점점 더 최적화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소비한다면 AI 중심의 과선별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용자 차원의 비판적 소비 및 다양성 요구
용 교수는 '최적화' 자체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적화는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자신도 모르게 다양성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선별 현상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식할 수 있어야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그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데서 창의력이 비롯된다"며 "대안적 전략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원자재를 잃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는 본인이 무엇을 소비하는지에 대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 교수는 "관객들이 음악, 영화 또는 다른 문화 상품이 지나치게 정형화되는 것에 의문을 품고 더 흥미로운 것을 요구한다면 그러한 요구가 제작물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고예신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