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 도시가 공격받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로스앤젤레스(LA)와 샌디에이고가 “파괴돼도 작은 대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 발언이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감수해야 할 비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미국 주요 도시의 파괴를 아무렇지 않게 언급했다는 점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이란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네브래스카주 그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두고 “세계를 안전하게,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치르는 작은 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도 있다”며 “로스앤젤레스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라. 샌디에이고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정상이 아니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시장도 대통령의 발언이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특히 샌디에이고는 미국 해군의 주요 시설이 밀집한 도시라는 점에서 발언의 파장이 더 컸다.
심지어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샌디에이고 지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짐 데스먼드는 “어떤 미국 도시도 희생될 수 없다”며 “총사령관의 첫 번째 책임은 미국인과 국토를 보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도시를 이란의 공격에 내놓자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가진 이란을 막지 않았다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말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체인 팩트체크닷오그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전체 맥락을 보면 실제로 미국 도시 공격을 촉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발언의 정치적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는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캘리포니아를 민주당과 진보주의의 상징적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번 발언을 두고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정치적 '샌드백'으로 활용해온 전략의 연장선이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 정치적 수사가 이제 '미국의 도시가 파괴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언어로까지 번졌다는 데 있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민주당의 텃밭 지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