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1년 전 개인 발언까지 찾아내 한밤중 공식 반박에 나섰다. 불과 석 달 전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을 때는 "특정인의 발언에 별도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범여권을 향해 '우리는 모두 동지'라며 작은 차이로 서로를 밀어내지 말자고 호소한 지 18일 만이다. 청와대가 굳이 범여권 우군과의 논쟁 한가운데까지 직접 뛰어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9월3일 전남광주 북구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혁신당의 갈등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넘어 상대의 정치적 의도까지 문제 삼는 단계로 커졌다.
이 대통령이 전날 엑스(X, 옛 트위터)에 조국혁신당도 과거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두는 방안을 주장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혁신당은 같은 날 자신들이 주장한 것은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청와대는 오후 11시가 넘어서 대변인실 명의 설명자료를 내고 조 원장이 지난해 8월 조건부로 보완수사를 인정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재반박했다.
혁신당은 이날 오전 청와대의 대응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조 원장은 당시 발언이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는 '사법적 비상상황'을 전제로 한 개인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또한 청와대가 자신들을 '입장 번복'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며 이를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SNS 글에서 시작한 논쟁이 청와대와 혁신당의 공식 공방으로 격상된 것이다.
청와대가 범여권 인사의 비판에 이처럼 직접 대응한 것은 적어도 석 달 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유시민 작가는 7월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며 "실패로 끝날 것이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특정인의 발언에 별도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직접 대응할 경우 대통령과 평론가의 언쟁처럼 비칠 수 있고 범여권 내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조 원장을 상대로는 달랐다. 혁신당이 이 대통령 게시물의 사실관계를 반박하자 청와대는 당의 공식 입장에 대한 설명을 넘어 조 원장이 2025년 개인 자격으로 했던 발언까지 찾아 공식 자료에 담았다. 혁신당과의 견해차를 '작은 차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 청와대가 심야 설명자료까지 낸 셈이다.
양측 사이에 쌓인 감정의 골은 이미 정책 차원의 이견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은 전날 밤 이른바 '뉴이재명' 성향의 정치인과 평론가, 지지자들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인선을 비판해온 박은정 혁신당 의원뿐 아니라 배우자인 이종근 변호사까지 허위 비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 변호사가 검사로 근무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관련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 원장은 과거 정치검사들의 '가족 건드리기'를 비판하던 이들이 이제 같은 진영 인사의 가족을 공격하고 있다며, 박 의원을 폄훼하고 배우자를 허위 비방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이 대통령과 혁신당 사이의 긴장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다. 조 원장은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문조털래유'를 '적'으로 쳐내고 '뉴이재명' 중심으로 하는 '구조적 다수' 구성 전략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조 원장은 당시 '뉴이재명'만으로 국정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 세력까지 비판하며 이 대통령의 지지 기반 재편 전략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불과 나흘 뒤인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범여권 내부 갈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경로와 방법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진심까지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다"라며 "작은 차이가 서로를 밀어낼 이유가 아니라 더 좋은 해답을 찾아가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8일 만에 범여권 내부의 이견은 민주당과 혁신당의 공방을 넘어 청와대와 조 원장이 서로의 정치적 의도까지 문제 삼는 충돌로 번졌다. 특히 청와대가 과거 "특정인의 발언에는 대응하지 않는다"고 언급을 스스로 허물고 조 원장에게 직접 반박한 만큼,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작은 차이를 포용하는 정치'는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