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책임과 투자자 피해 규모를 둘러싸고 여야가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국정감사(국감)에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고위험 금융상품 도입을 주도해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초래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상품 도입 자체보다 투자자 보호 대책이 충분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방어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서자,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도입 결정권자를 문제 삼는 것은 "정쟁을 위한 정쟁이다"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개별 주식의 하루 주가 변동률을 최대 2배로 추종하는 금융상품이다. 가령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10% 오르면 약 2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10% 떨어지면 손실도 약 20%로 커지는 고위험 상품이다.
정부는 해외에서는 거래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로 제한됐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금융위원회는 1월30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4월21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후 증권신고서 심사와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등을 거쳐 5월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출시 이후 국내 증시는 한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6월18일 사상 처음으로 9천 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면서 주가 변동폭이 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 규모가 54조 원에 달한다는 해외 투자은행의 추정치까지 거론되면서 상품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론도 커졌다.
국민의힘은 특히 상품 출시 시점에 주목했다. 6월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고위험 상품이 출시된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지방선거 일주일 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졸속 출시되면서 국민 피해가 54조 원에 달했다"며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1월13일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김 전 실장 주도로 상품 도입이 사실상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범이고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가 공범이다"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월28일 금융위원회 보고에는 하반기 상품 출시로 돼 있었으나 3월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 조기 출시로 바뀌었다"며 "이것이 청와대의 지시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해외에서 이미 거래되던 상품인 만큼 국내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홍콩 등에 상장된 국내 기업 관련 상품으로 투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연합뉴스
전 의원은 "정책 비판을 하려면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는 대책을 왜 처음부터 정교하게 하지 않았느냐를 묻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왜 도입했느냐, 누가 결정했느냐 묻는 것은 그야말로 정쟁을 위한 정쟁이다"라고 지적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 역시 청와대가 상품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한 54조 원 피해 규모의 정확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해당 수치가 씨티은행의 공식 보고서가 아닌 비공식 시장 논평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 내용도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의 지시로 상품이 도입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다만 투자자 손실과 시장 혼란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