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해체와 함께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인간의 자격조차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본인에 대한 발언권 정지에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이 질의를 하는 가운데 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고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사망을 비하하는 뜻을 담아 '부엉이 바위'를 언급했다가 서영교 법사위원장으로부터 발언권이 정지됐다.
김 의원은 정회된 뒤 서 위원장을 쫓아가 "욕은 그쪽에서 했는데 내 토론권이 정지되냐. 말이 안 된다"며 항의했다. 그러자 손솔 진보당 의원은 "부엉이 바위 얘기를 먼저 하지 않았느냐. 위원장 그만 괴롭히시라"고 김 의원을 비판했다.
법사위 국감이 오후에 재개되고 발언 순서가 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태규 의원이 전두환씨의 12·12 내란을 내란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한 유튜브 영상을 띄운 뒤 비판한 경위를 설명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시간이 되자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 의정활동 생중계 갈무리
박 의원은 "오전 상황을 말씀드리겠다. 저는 특정 영화에 대해 논평한 적도 없는데 저(김태규) 의원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모욕하는 부엉이바위 어쩌고 하는 발언을 들었다"며 "제가 그 상황에서 너무 화가 나서 '인간이 먼저 돼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발언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돌아가신 분을 모욕한 그 의원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조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도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작수사에 당한 것이라는 허구의 신화에 기반해서 민주당 정치세력에 의해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찰제도 자체가 폐지됐다"며 "전 국민이, 특히 서민이 크게 고통받게 된 상황에서, 그 기원이 된 노무현 조작수사 신화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재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되신 노 전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재단은 "한 의원이 과거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와 관련해 사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한 의원이 팩트인 것처럼 주장하는 내용은 법원이 최종 판단한 사실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나 의혹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은 이어 "17년 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확정되지 않은 사실로 소환하는 것은 비겁한 정치공세"라며 "노 전 대통령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을 당장 멈출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의 주장과 달리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기획수사였다는 평가가 강하게 제기됐고, 그 뒤 국정원 개혁위 조사에서 국정원이 수사에 개입하고 언론을 활용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도덕적 타격을 주려 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2017년 이뤄진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 조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근인 간부는 2009년 4월21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의견을 전달하면서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을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던 일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 전 대검 중수부장은 2017년 미국으로 출국했는데 당시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정황이나 수사 과정에서 떳떳하다고 주장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9월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한 의원이 검찰청 폐지 분풀이를 노 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한 의원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복수 차원에서 검찰을 해체한 것처럼 말을 돌리고 있다"며 "윤석열과 한동훈이 검찰권을 남용해 야당과 야당 지도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써왔기 때문에 해체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1일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된 건 윤석열, 한동훈의 정치검찰의 적폐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적인 복수심이 빚어낸 참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