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무역 협상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관료들과 고위급 통상회담을 시작했다. EU 측은 대중국 무역 적자를 둘러싸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친환경에너지, 희토류 관련 의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026년 10월6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통신=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EU 무역 협상 대표단이 8~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통상회담에 참석한다"며 "유럽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일일 평균 10억 유로(약 1조5천억 원)에 달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오는 15~16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중국과의 산업 경쟁력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논의한다. EU 측은 무역 불균형의 원인으로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 및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을 지목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9월 연설에서 유럽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한계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유럽의 주요 산업 지역이 탈산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올해 5월부터 매달 중국의 대유럽 무역 흑자가 30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 증가하고 있고, 유럽 제조업체들이 계속 타격을 입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월3일 "2022년 6월부터 독일에서만 매달 최소 1만 개의 제조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무역 불균형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유럽이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제품 수입 급증을 꼽는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럽의 수입 증가가 기후 변화 대응과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 공급 감소에 따른 경제 조정, 중동 전쟁의 여파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EU 집행위원회에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 수단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유럽 시장 접근을 신속하게 제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요구했다.
EU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에 따라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으나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긴급수입제한조치 관세에 반대해 왔으며, EU가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시사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이 EU와 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무역 분석가 허웨이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궁극적으로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전반적 무역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쟁점은 자동차, 친환경에너지, 희토류 관련 무역 분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EU는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자동차 수입 관세 10%에 더해 7.8%에서 35.3%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출을 빠르게 늘렸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8월 유럽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의 4분의 1,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에 EU는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해서도 EU와 중국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EU는 올해 2월 중국의 보조금이 세계 최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인 중국 국영 기업 골드윈드에 불공정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는 향후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골드윈드는 모든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가 3월에 제안한 산업가속기법안(IAA)은 핵심 부품의 유럽 내 생산을 의무화하고 일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데, 풍력 터빈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태양 에너지, 화학 및 기타 산업에도 이 법안이 적용된다. 중국 정부는 이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EU는 희토류 문제에서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자동차, 드론, 레이저, 반도체, 항공기, 전자제품 및 기타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금속에 대해 유럽이 위험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어서 EU가 자체적으로 희토류 공급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 장비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희토류 기술자의 출국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독일의 주요 방위산업체를 비롯한 유럽 14개 기업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을 엄격히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