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정치가 범여권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을 직접 저격하기까지 하면서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무극파'(무책임한 극단주의자)로 규정한 데 이어 '사심', '정치적 유산 독차지'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는 배제의 언어로,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모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면 반박하고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자신의 과거 입법 활동을 근거로 이 대통령의 설명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관계도 부정확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같은 편은 모욕했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에서도 밀린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은 이루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상처만 깊어진 셈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유튜브 '민티07'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과한 요구나 주장으로 전체 개혁의 진영·대열·전선,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으면 당에서 조금 제어할 때도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과 범여권 내부 검찰개혁 원칙론자들 사이에 불거진 논쟁과 관련해 대통령 의중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모두가 함께 노력해 만든 성과를 독차지해 보겠다고 다른 이들의 노력을 무용하다거나 심지어 장해라고 폄훼하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무책임한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책임지지 못할 과격한 주장, 근거없는 선동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개혁성과를 독차지 하겠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거나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해 온 원칙론자들을 '무책임한 극단주의'라 규정한 셈이다. 또한 '개혁성과를 독차지하려는 이기심'이라는 표현에는 이 대통령의 개인 감정이 깊게 배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여권 내 일각에서 본래 보완수사권 존치 견해를 펼치다 입장을 바꿨다는 설명을 내놓자 조국혁신당과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이 일제히 즉각 반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5일 강릉시청에서 '불평등을 이기는 정치와 사회권 선진국' 강연을 하고 있다. ⓒ조국 페이스북
조국혁신당과 조 원장은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가 나온 직후 보완수사요구권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20년과 2021년 대표발의한 공소청, 중수청 설립 법안을 올리며 이 대통령의 설명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저는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방안이나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상호견제가 검찰개혁 성공의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제가 2020년 12월 처음 발의한 공소청법에 검사는 보완수사 요청만 할 수 있도록 밝혔고, 2021년 2월 처럼회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발의한 중수청법에서는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이 아니라 독립된 수사기관(공수처 모델)으로 설계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이 글을 올린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당사자들의 '반박'으로 팩트체크 당하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기자회견은 물론 평소에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이 대통령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여권 정치인들을 '무극파', '극단주의자', '사심' 등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배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5일 유튜브 방송 '홍사훈쑈'에서 "예전에 이 대통령이 (지지층) 영역을 넓혀야 한다면서 중도나 보수에서 넘어온 사람들에게 '배고파서 왔지?'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었다"며 "정책이나 인사에 대해 제기된 비판은 그걸 중심으로 대통령이 말씀해 주시면 좋은데 저러니까 대통령이 SNS를 자제하시면 어떠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거라면 (검찰개혁에) 침묵했어야 했다"며 "지금 제가 공천을 못 받을 것이란 얘기도 여기저기서 하던데 역사를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검찰개혁 원칙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최대치를 두고 '법무부 안에 수사 검사와 공소 검사를 두는 것이었다'는 말을 함으로써 유시민 작가로부터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 담긴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을 보면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신설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정과제와도 달랐던 셈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완료된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기 보다는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많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지난 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초인 2025년 8월부터 중수청을 행안부 아래 설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TF가 입법 과정을 주도했지만 법안을 발표할 때마다 검사의 기득권이 유지된다는 지적에 밀려 수정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검찰개혁 관련 SNS 글은 논란을 종결하는커녕 오히려 해석 논쟁을 통해 갈등을 더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국회가 법률을 통과해서 끝났는데 지금 그것을 다시 과거의 입장이 뭐였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며 "이 소모적인 문제로 어제, 오늘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냈는데 시급하고 다급한 국가적 사항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메시지를 냄으로써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운신 폭을 좁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김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중수청장을 두고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된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수사기관의 장"이라며 "수사기관의 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