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혐의로 수감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가석방 요구'로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 전 부지사를 '방치'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로 죄인에게도 약점이 잡혔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복역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 측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가석방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관점에서 이 전 부지사 가석방 문제는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송금 사건이나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와도 맞물려 있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대북송금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단독범행이라고 그렇게 우기더니 가석방을 안 시켜주면 뭐라도 터뜨릴 모양"이라며 "이 대통령 앞길에 지뢰밖에 없다. 당장 ‘이화영 지뢰’ 하나만 터져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대북송금) 사건의 주범인 대통령은 종범인 이 전 부지사보다 더 높은 중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대통령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향후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어 두 사람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연관성이 깊은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 요구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이른바 ‘연어 술파티’ 회유 주장을 둘러싼 위증 혐의로 징역 4개월이 추가됐다.
이 전 부지사 변호를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는 7일 페이스북에 "법을 수호해야 할 이들의 법정모욕과 직무유기에는 눈을 감아주고, 진실을 다투는 이화영 전 부지사는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다"며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됐다고 결론 내놓고선, 정작 그 사건으로 5년째 수감 중인 사람을 철저히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훨씬 더 심하고 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전 부지사가 형 복역 기간이 5년째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며 "이 대통령 측에 여러 통로를 통해 가석방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억울함을 이해한다면서도 공개적으로 가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수형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할 것 같다"며 "변호인이 이런 것을 가지고 여론화를 통해 여론으로 정부에 권한 행사를 막 심하게 요구하는 이런 몰아붙이기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작기소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국감 이후 법안 처리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의 공개적 가석방 압박은 조작기소 특검법안이라도 빨리 처리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뜻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전 부지사를 직접 만나고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전 부지사의 불만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조작 기소 특검법은 국감 이후에 처리하기로 했지만 할 수 있을지, 이거를 처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민주당 내부의 우려가 크다"고 바라봤다.
김 평론가는 이어 "그런데 조작 기소 특검법을 처리해야 된다는 압박이 또 한쪽에서는 이렇게 들어오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고, 아까 얘기했듯이 뭔가 이제 대통령이 협박당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반박하기도 어렵고 여러모로 조금 난처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법무부 차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가석방을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가석방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법에서는 각 형에 대해서 3분의 1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집행돼야 (가석방의) 기본 요건을 갖출 수 있다"며 "(이 전 부지사가)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