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대여 공세와 장외 행보를 이어가며 당내 갈등에서 한숨을 돌린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서범수·진종오 의원의 징계 효력을 둘러싼 법원 판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친한계의 반발이 법원 판단을 계기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이 친한계 의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장동혁 대표가 어렵게 잠재운 당내 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장 대표는 친한계와의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서범수(왼쪽)·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7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각각 당원권 정지 10개월과 2년의 징계를 받은 서 의원과 진 의원이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에서 두 의원의 변호인 측은 징계의 절차와 수위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서 의원 측은 "과거 당내 징계 사례와 비교해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며 "그동안 징계받은 사람들은 모두 비당권파이고, 징계 개시가 안 된 이들은 당권파다"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 측도 국민의힘이 후보를 등록한 뒤에는 한 의원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잘못된 사실관계에 따른 징계라고 주장했다. 진 의원 측은 "최소한의 증거 조사도 하지 않고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만을 바탕으로 징계했다"며 "이번 징계는 정적 제거를 위한 절차가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하며 "자료가 제출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결정까지는 최소 2주가 더 걸릴 전망이다. 앞서 같은 재판부가 심리한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경우 2월26일 첫 심문 이후 각각 3월5일과 20일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
장 대표는 이날 별도의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두 의원의 가처분 심문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공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번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결과가 단순히 두 의원의 당원권 회복 여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서 의원과 진 의원은 모두 당내 대표적 친한계 인사로 분류된다. 서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진 의원은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의원을 지원한 행위 등이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앞줄 오른쪽)가 2024년 10월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식당 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친한계의 당내 세력은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로 평가된다. 올해 1월 한 의원 제명에 반발해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한 집단 성명에는 김성원·김형동·서범수·박정하·배현진·고동진·박정훈·우재준·정성국·정연욱·김건·김예지·안상훈·유용원·진종오·한지아 의원 등 현역 의원 16명이 이름을 올렸다.
7월 한 의원이 주최한 보완수사권 관련 토론회에도 친한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 10여 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이 당을 떠난 뒤에도 당내에서 그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일정 부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심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올해 3월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모두 인용한 적이 있다.
재판부는 배 의원 사건에서 국민의힘이 징계 사유를 충분히 심의하지 않은 채 균형을 벗어난 징계 수위를 결정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최고위원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징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징계 수위가 비례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장 대표는 두 사람의 가처분이 잇따라 인용된 뒤인 4월 국민의힘 관련 가처분 사건이 민사합의51부에 집중적으로 배당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재판부가 이번에도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의 절차와 수위를 이전처럼 친한계에 유리하게 판단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최근 한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장 대표를 앞선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한 의원은 18.1%를 기록해 장 대표(10.2%)를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한 의원은 32.6%, 장 대표는 25.2%를 기록했다.
법원이 두 의원의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친한계는 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에 이어 다시 한번 법원에서 징계 효력을 멈춰 세우게 된다. 장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징계의 절차와 수위를 문제 삼으며 지도부를 압박할 명분도 얻게 된다. 이 경우 한 의원의 복당 문제를 비롯해 한동안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장 대표에게는 당내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선 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 사건과 달리 서 의원과 진 의원에 대한 징계 효력이 유지되면 친한계가 제기해 온 '선택적 징계' 주장도 동력을 크게 잃는다. 특히 장 대표는 이를 계기로 지도부 중심의 당 운영에 한층 힘을 실을 수 있다. 향후 한 의원의 복당 여부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장 대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 RDD 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