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출연 배우를 겨냥한 위협과 협박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영화 밖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실제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해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일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청장은 "현재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에서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을 강화하거나 신변 보호를 하는 등 추가적인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집회와 관련해 확인된 불법행위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경찰에 영화 관계자와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를 비롯해 거주지 앞에서 벌어지는 위협·협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
이는 지난 4일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이 영화 주연 배우인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 등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유해진의 소속사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브이에이에스티(VAST)엔터테인먼트는 5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당사 소속 배우 유해진에 대한 비방과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확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 배우와 관련한 허위 사실의 생성 및 유포,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은 물론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속사는 또 "관련 게시물과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숨진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특정하지 않는 열린 결말을 취하고 있지만,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이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극우 성향 단체뿐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영화와 배우를 겨냥한 공세에 가세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유해진을 향해 "북한상"(북한 사람의 생김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외모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내놨다. 이후 비판이 이어졌지만 주 의원은 "북한을 편들었다는 의미로 '북한상'이라고 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지능(AI) 가상 영화 포스터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미는자(들)', '자살자(들)', '간첩(들)', '유공자(들)', '영부인(들)', '새천년(들)' 등의 제목이 등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부엉이바위를 소재로 한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이들 이미지를 '밈'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같은 소재 역시 영화적 상상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