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은 창립 이래 첫 M&A를 통해 은행업을 넘어, 새로운 금융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신학기 Sh수협은행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리니티자산운용(현 Sh수협자산운용)을 인수한 직후 은행 밖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수협은행은 올해 상상인증권 인수도 추진하면서 은행과 자산운용, 증권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으로 도약하려 한다.
문제는 이를 이끌 차기 은행장이 누구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 행장의 첫 임기가 다음 달 끝나는 가운데 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두 차례 회의를 열었음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해 두 차례의 표결을 벌였으나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신학기 수협은행장(왼쪽)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 ⓒ수협은행, 금융위원회
◆ 자산운용사 이어 상상인증권 인수 협의, 은행 밖 성장동력 확보 추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종합 금융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차례의 표결에서 모두 차기 행장을 확정하지 못했다.
수협은행은 상상인증권 인수를 위해 지난 7월 상상인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회계·법률 자문사를 선정해 실사에 나섰다.
상상인증권도 8월6일과 9월4일 두 차례의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상상인이 수협은행과 지분 매각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인수 조건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증권은 향후 구체적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재공시 예정일은 12월3일이다.
앞서 수협은행은 지난해 자산운용업 진출에 성공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9월 트리니티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같은 해 11월 회사 이름을 Sh수협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수협은 2022년 공적자금 상환 이후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와 금융지주 체제 구축을 추진해왔다. 자산운용사에 이어 증권사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은행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
인수한 자산운용사를 은행 사업과 연결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수협은행은 올해 4월 경영전략회의에서 자산관리(WM)와 비이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김윤호 Sh수협자산운용 대표는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협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비은행 사업 확장이 성과를 내려면 자회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회사의 영업 기반을 키우고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 은행의 고객 기반과 영업망을 자산운용사의 상품 운용 역량에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증권사 인수가 성사되면 중개와 투자은행(IB)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
사업 영역이 늘어나는 만큼 경영진이 판단해야 할 범위도 넓어진다. 은행과 비은행 가운데 어느 사업을 우선 육성할지, 각 회사에 자본을 얼마나 배분할지, 계열사 간 협업 성과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의 과제가 생긴다.
신학기 행장의 임기가 다음 달 끝나는 상황에서 증권사 인수 협상과 자산운용사 육성은 차기 경영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이 비은행 사업 확대라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이어받아 실행할 다음 경영진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 두 차례 표결에도 후보 추천 못 해, 신학기 연임과 외부 인사 선임 사이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9월22일 1차 표결에 이어 10월6일 열린 2차 표결에서도 최종 후보를 추천하지 못했다.
행추위는 정부 추천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 등 5명으로 구성되며, 최종 후보 추천에는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 추천 몫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각각 1명씩 맡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과 정부 추천 위원 1명이 신 행장을, 나머지 정부 추천 위원 2명이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추천 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뉜 것이다.
두 후보는 서로 다른 경력을 쌓아왔다. 신 행장은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회해 심사부장과 전략기획부장, 수석부행장 등을 거친 내부 출신이다. 이 원장은 금융위 금융산업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금융 관료 출신이다.
인선이 거듭 미뤄지면서 노조도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협중앙회지부는 7일 입장문을 내고 3차 행추위를 앞당겨 차기 은행장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수협은행장 인선은 그동안 여러 차례 표류해왔다. 2017년과 2020년에도 재공모와 추가 논의를 거쳐 행장이 정해졌다. 2022년 강신숙 전 행장 선임 당시에는 재공모와 추가 면접 이후 세 번째 열린 행추위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됐다.
행추위는 재공모 없이 기존 후보를 대상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며, 다음 회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신 행장의 임기는 11월17일까지이며, 상상인증권이 예고한 매각 협의 관련 재공시 예정일은 12월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