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에서 2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이 시도됐다. 하지만 사형수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50)가 독극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파이크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현재 위독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테네시주 사형수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36). 사진은 2004년 테네시주 교정국이 촬영한 사진으로, 로이터가 2012년 3월22일 입수해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과 로이터는 1일(현지시각) 파이크가 전날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생존했다고 보도했다. 파이크 측 변호인단은 그가 현재 내슈빌의 한 병원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형 집행은 9월3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리버벤드 최대보안교도소에서 진행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27분 집행실의 커튼이 걷혔을 때 파이크는 이미 들것에 결박돼 있었고 팔에는 정맥주사(IV)가 연결돼 있었다. 잠시 뒤 파이크는 팔이 아프다고 호소하며 교도관에게 정상적인 반응인지 묻기도 했다.
테네시주의 사형 집행 규정은 1차 약물 투여 후 사형수가 사망하지 않을 경우 2차 투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차례의 투여에도 파이크의 호흡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말을 하거나 움직였고, 이후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 시간이 넘도록 코를 고는 듯한 규칙적인 호흡 소리를 냈다고 현장을 지켜본 취재진은 전했다.
결국 파이크 측 변호인이 집행 중단과 응급치료를 요구했고, 오후 9시께 구급차와 소방차가 교도소에 도착했다. 파이크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 날 파이크 측 변호인 랜들 스파이비는 그가 위독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형이 예정대로 집행됐다면 파이크는 테네시주에서 200여 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첫 여성이 될 터였다.
파이크는 18세였던 1995년, 당시 19세였던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이크와 당시 남자친구 등은 피해자 슬레머를 테네시주 녹스빌의 한 외딴 숲으로 유인한 뒤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30여 년 뒤 이뤄진 사형 집행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끝났다. 두 차례의 독극물 투여에도 파이크가 생존하면서 독극물을 주입하는 사형 집행 방식의 신뢰성과 사형 집행 절차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특히 테네시주의 사형 집행 규정은 1차 투여로 사망하지 않을 경우 2차 투여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두 번째 투여 뒤에도 사형수가 살아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테네시 교정당국은 집행 직후 "주 법무장관실이 승인한 합법적이고 확립된 사형 집행 절차의 모든 단계를 따랐다"고 밝혔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사형 집행 시도 직후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제3자의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리 주지사는 이번 일을 두고 "비극"이자 "매우 충격적인 일(deeply disturbing)"이라고 표현하며 올해 남아 있던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한편 테네시주에서 사형 집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선 사례에서는 집행팀이 적절한 정맥을 찾지 못해 사형 집행이 중단됐고, 당시에는 사형용 약물이 투여되지 않았다. 반면 파이크의 경우 실제로 두 차례 약물이 투여된 뒤에도 생존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형 집행이 완료되지 못한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파이크 측 변호인단은 이번 집행 시도를 '화학적 고문(chemical torture)'이라고 주장하며, 사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는 요구를 다시 내놨다. 반면 사형 집행을 직접 지켜본 피해자 슬레머의 어머니 메이 마르티네즈는 AP통신에 "내 딸을 위한 정의를 얻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