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사업자들에 관한 지원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후발주자다. 업계는 그간 쌓아온 배터리 사업 역량을 집중해 격차를 좁히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로빈 쩡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4월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사 테크 데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 닛케이아시아를 포함한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첨단 기술 개발 지원 본격화에 나섰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교해 생산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리튬은 특정 지역에 매장량이 집중된 핵심 광물인 반면 나트륨은 지구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첨단 기술 개발 지원 본격화
닛케이아시아는 1일 "중국은 전기차 관련 인센티브를 축소하고 있다"며 "다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 배터리 분야에는 세금 감면 혜택을 유지하고 첨단 기술 개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보도했다.
중국 산업정보화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는 28일 공동으로 2026년에서 2030년까지 이어지는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신형 배터리 산업 발전을 촉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신형 배터리 기술과 친환경에너지, 배터리의 최종 수요 분야를 아우르는 혁신과 융합을 가속화하고, 산업 분야의 국제 무역 및 투자 활성화와 연계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배터리 개발로 자동차·선박·항공·로봇 등의 전동화를 뒷받침하고 에너지저장장치 활용 범위를 발전·전력망 부문과 데이터 센터 등으로 넓힌다는 계획도 세웠다.
난추원 칭화대학교 교수는 28일 중국 국영 언론 매체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 산업만을 전용으로 세운 계획이다"며 "이 계획이 중국의 산업 규모와 공급망 강점을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의 미래 발전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후발주자' 한국 배터리 업계, 축적한 역량 총동원해 중국 기업과의 격차 좁힌다
국내 기업들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2027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용 보급형 제품 시제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시범 생산 라인을 구축해 2030년 이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도 8월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나트륨 이온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이미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다. 하이나배터리의 경우 이미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주행 시험을 마쳤으며, 중국의 대표적 배터리 기업인 CATL은 2021년에 이미 에너지 밀도가 160Wh/kg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출시했다.
CATL은 8월31일 중국 ESS 기업 하이퍼스트롱과 3년간 총 60GWh 규모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CATL은 오는 9월 자국 시장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급을 시작해 연말까지 누적 1GWh를 출하하고, 2027년 6월부터 해외 시장에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해서 한국 기업이 전략 방향을 다르게 잡아 결국 중국 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진 사례가 있다"며 "나트륨 이온 배터리 관련해서는 중국이 좀 더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국내 업계는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격차가 커지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예전부터 배터리 사업으로 축적한 역량을 집중하고 지식재산권 등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소재 업체들도 관련 기술 개발 등을 미리 준비해 공급망부터 완제품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나트륨 이온 배터리 사업 지원에 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 등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나트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kg당 160Wh로 높이고, 2030년에는 22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이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약 4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및 소재 기업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이에 발맞춰 2030년까지 R&D와 설비에 약 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