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부터 허위 기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취임 2년9개월 만에 처음 공개된 업무추진비는 2023년 459만 원 수준에서 이듬해 1억3652만 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고, 곳곳에서 참석 인원을 부풀려 기재한 정황도 발견됐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조 대법원장을 대신해 해당 의혹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상세 자료를 요구하는 의원 요청에는 '비공개 정보'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 업무추진비 분기별 집행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조 대법원장이 1억3652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459만 원과 비교해 30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11일 취임한 뒤 2024년 1억3652만 원, 2025년 6879만7천 원, 2026년 상반기에는 5747만2천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단순히 비용이 늘어난 것뿐만이 아니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이 일부 공개된 이후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됐다.
2025년 11월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는 '38명 참석, 115만2천 원 지출'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해당 식당의 가장 큰 방의 최대 수용 인원은 1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식사 자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됐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게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보면) 서초동 대법원 청사와 한남동 공관 인근 프라이빗 룸 레스토랑, 스시 오마카세, 한정식집, 프렌치 코스요리 레스토랑, 특급호텔 중식당 등에서 상습적으로 인원을 부풀린 정황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해 5월26일 '국제심의관 전출 기념 오찬 간담회'가 열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업무추진비 44만6천 원이 결제된 사례를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참석 인원을 15명으로 기재했지만, 카드영수증 주문 내역에는 '스페셜 코스' 5개가 찍혀 있었다. 김 의원은 이를 근거로 실제 참석 인원과 대법원이 기재한 인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이 올해 2월 퇴직 대법관들과 용산의 한 고급 한식당에서 식사한 사례도 거론됐다. 당시 업무추진비 60만 원이 결제됐고 집행 내역에는 참석자가 12명으로 기재됐지만, 카드영수증에는 1인당 16만 원짜리 코스요리 3개가 찍혀 있었다. 기재된 참석 인원이 주문 내역보다 4배 많았던 셈이다.
김 의원은 "사법의 독립과 청렴, 국민 신뢰 보호를 말한 대법원장의 발언과 너무 모순되고 이중적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노 처장은 "참석 인원을 원래 기재할 필요가 없었는데, 국회 측 자료 요구에 따라 참석 인원 숫자를 실무자가 임의로 기재했다"며 "수치가 잘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의원실에서 참석 인원을 별도로 기재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노 처장의 설명을 반박했다. 노 처장은 이에 "그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집행 목적과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구체적으로 기재해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건당 50만 원 이상을 집행할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과 성명도 증빙서류에 기재해야 한다.
김동아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관련한 경비 집행의 불투명성도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조 대법원장의 해외 출장계획서와 결과보고서 등을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비공개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항공편과 숙박 내역에 대해서도 "별도로 관리하는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