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대표 복귀를 선언한 뒤 처음 맞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경영 구도의 변화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의 핵심은 대표 교체 여부보다 오너가 직접 챙길 영역과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사업을 어떻게 나누느냐다.
본업 수익성은 회복됐지만 연결 실적과 온라인 사업 정상화가 남아 있는 만큼, 정 회장의 복귀가 이마트의 경영 방식과 성장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 각자 대표로 내정된 가운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역할 분담이 새 경영 구도의 변수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10월 중으로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상 9~10월에 정기인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지난 6월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맡은 뒤 처음 맞는 정기인사다. 이마트 측은 현재 인사 시기와 내용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정 회장이 중장기 성장 전략과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기는 방향으로 역할이 나뉠 수 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교체한 데 이어 올해도 일부 수시인사가 이뤄진 만큼, 경영진을 다시 크게 바꾸기보다 정 회장 복귀에 맞춰 권한과 책임을 조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프라퍼티도 정 회장과 전문경영인이 각자대표를 맡아 정 회장은 중장기 비전과 기업가치 제고를, 전문경영인은 현안과 조직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경영진의 교체보다 오너의 직접 경영 범위를 넓히면서 전문경영인의 실행 역할을 분명히 하는 쪽으로 인사 방향이 잡힐 수 있다.
이마트에서도 전문경영인은 기존 본업 경쟁력 개선을 이어가면서 실행을 맡고, 정 회장은 연결 실적과 온라인·신사업 등 그룹 차원의 성장 과제를 직접 챙기는 구도가 가능하다. 반대로 전문경영인의 역할 범위를 온라인과 자회사까지 넓힌다면 오너의 역할은 주요 투자와 중장기 전략, 계열사 간 시너지 조정에 집중될 수 있다.
이마트의 실적 흐름을 보면 역할 재편이 필요한 이유도 분명하다. 오프라인 본업은 수익성을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71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했고, 트레이더스와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연결 영업이익은 1353억 원으로 25.2% 감소했고 2분기에는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따라서 기존 전략의 다음 단계는 점포 수익성을 높이는 데서 연결 실적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마트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통합, 통합매입과 물류 효율화, 점포 리뉴얼과 트레이더스 확대를 통해 본업의 체질을 개선했다. 여기에 기존 점포를 온라인 주문과 퀵커머스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오프라인 자산을 온라인 사업과 연결하는 작업도 확대했다.
만약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유임된다면 이 전략의 실행을 이어가면서 성과 범위를 연결 실적까지 넓히는 역할이 예상된다. 이마트가 제시한 2027년 연결 기준 매출 34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달성하려면 통합매입과 물류 효율화, 트레이더스 성장뿐 아니라 퀵커머스, 리테일미디어, 온라인 사업의 수익성 개선까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반대로 정 회장의 직접 경영 범위가 커진다면 이마트의 전략 무게중심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점포 경쟁력과 원가 개선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정 회장이 온라인·해외·신사업과 같은 중장기 성장 축을 직접 챙기는 방식이다. 특히 SSG닷컴 등 이커머스 사업의 정상화와 자회사 실적 개선은 오프라인 본업의 수익성 회복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오너의 직접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를 동시에 맡으면서 두 계열사의 사업 연계를 직접 조율할 여지도 커졌다. 이마트의 점포를 판매 공간을 넘어 배송·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쇼핑몰과 연계하는 등 오프라인 자산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마트가 추진해온 퀵커머스와 온라인 시너지, 리테일미디어 역시 기존 점포의 활용도를 높이는 사업인 만큼, 정 회장의 직접 경영을 계기로 계열사 간 사업 연계가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