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부문장은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KB금융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훌륭히 이끌어낼 만한 역량이 있는 CEO 후보다."
양종희 현 KB금융지주 회장 대신 이재근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을 차기 회장으로 세우며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내건 명분은 '머니무브 시대 대응'이었다.
금리 하락과 자본시장 활성화로 예금이 증권·펀드·연금으로 옮겨가는 국면에서 은행 중심 성장만으로는 한계라는 판단에서다.
그 머니무브의 최전선에 선 계열사가 KB증권이다. '이재근의 KB'가 자본시장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를 가장 먼저 드러낼 인사가 KB증권 대표이사 인사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B증권의 두 각자대표 가운데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인물은 이홍구 KB증권 WM부문 각자대표이사 사장이다. 상반기 WM 부문을 149% 키우며 그룹 순이익 폭증을 견인했지만, 새 회장보다 한 살 많은 1965년생이라는 점과 시황이 꺾인 3분기 성적이 변수로 남아 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의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며 내건 명분은 '머니무브 대응'이었다. KB증권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계열사다. 사진은 이재근 부문장(왼쪽)과 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그룹이 자본까지 몰아준 증권, 이홍구 거취의 무게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금융그룹 자본배분 전략의 방점은 확실히 '증권'에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역동적 자원 재배분' 기조 아래 고ROE 자회사인 KB증권에 2월 7천억 원, 7월 1조 원을 순차 투입했다.
자본 투입 효과로 증권 ROE는 상반기 21.04%까지 올랐다. 전년 동기 10.1%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KB증권을 지목하고 자본을 몰아주는 국면인 만큼, 그 증권의 WM을 이끄는 이홍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하나의 계열사 인사를 넘어 이재근 차기 회장 체제의 자본시장 전략 방향을 읽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홍구 대표는 1965년 9월생으로 1966년생인 이재근 부문장보다 한 살 많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세운 새 회장이 자기보다 연상인 계열사 대표를 성과를 이유로 유임시킬지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이재근 부문장은 "젊은 KB는 나이보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하는 것"이라며 나이 기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 순익 135% 폭증한 증권, 그 엔진은 이홍구의 WM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7963억 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3389억 원보다 135.0% 늘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그룹 전체 비은행 기여도는 44%로, 이 가운데 증권은 은행 다음으로 큰 단일 계열사 순이익을 냈다. 은행 순이익 증가율이 1.7%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증권 성장을 이끈 것은 이홍구 사장이 맡고있는 WM(자산관리) 부문이다. WM부문의 총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58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1444억 원으로 무려 149.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강진두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의 소관인 IB 부문의 총영업이익은 2553억 원에서 1318억 원으로 오히려 48.4% 줄었다.
리테일 고객 총자산은 183조8천억 원에서 289조5천억 원으로 57.5% 늘었고, 위탁자산은 107조3천억 원에서 212조3천억 원으로 97.9% 불어나면서 거의 두 배가 됐다.
◆ 상반기 실적 떠받친 건 장세, 이재근의 평가는 3분기 성적표에 달렸다
다만 상반기 KB증권의 WM 성장은 우호적 장세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진짜 승부처는 3분기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5년 연간 19조9494억 원에서 2026년 5월 65조7822억 원, 6월 60조3607억 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그 동력은 3분기에 들어서면서 꺾였다. 3분기부터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 42조9928억 원, 8월 31조8338억 원, 9월(15일 기준) 28조1864억 원으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8월과 9월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월별 기준)이다.
증권업계 전반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코스피 증권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1895억 원으로 2분기 4조275억 원보다 45.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거래 위축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와 2분기 대규모 평가이익의 기저효과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재근 부문장 본인이 지주에서 KB금융그룹 WM 전략을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문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은행장을 지낸 뒤 지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WM·SME 부문을 직접 총괄해왔다. 이홍구 사장이 2025년과 2026년 상반기 성장을 이끈 바로 그 자산관리 영역을 그룹 차원에서 관장하던 인물이 이재근 부문장인 셈이다.
금융권에서 WM과 SME는 이 부문장이 지금까지 지주에서 직접 챙겨왔던 만큼 '이재근의 KB'에서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이재근 차기 회장 체제에서 이홍구 사장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지주 회장·계열사 대표의 평가와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재근 부문장이 그룹의 자산관리 사업 현황과 증권의 성과를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홍구 사장의 상반기 실적을 시장의 수혜와 경영 성과로 나눠 평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3분기 성적표는 상반기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폭증이 단순히 시황에 힘입은 것인지, 아니면 거기에 각 회사들의 전략이 얹혀 시너지를 낸 것이었는지 판별할 수 있는 눈금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