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지율이 추락하는 시점에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보 진영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유시민 작가를 '저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진보진영 내부 갈등에 한 쪽 편을 드는 것인데 진보진영 분열에 앞장선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리얼미터가 14일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보면 긍정평가는 33.8%로 집계되며 1주 만에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1주 전 조사보다 3.6%포인트 하락했는데 비슷한 수준의 하락 폭이 이어진다면 30%대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리얼미터의 이날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진보층의 긍정평가 비율이다. 진보층에서 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49.3%로 내려가 부정평가(48.1%)와 비슷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진보 진영 내부의 논쟁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13일 일요일 박태훈 진보당 대학생위원장의 글을 리트윗했다. 해당 글은 '유시민의 저주'로 국정이 흔들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엑스에서 "바깥의 적보다 아픈 것은 안에서 흔드는 말들"이라며 "'어물전 썩은내'라느니, 반드시 망할 것이라느니 하는 유시민 등이 내뱉는 저주의 말. '왜 더 강하게 개혁하지 않느냐'는 진영 내부의 '준엄한 꾸짖음'. 이런 말들은 대통령을 안에서 흔든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호르무즈 파병에 가장 앞장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메가프로젝트에서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성평등을 위해 여성과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것도,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추동에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는 목소리"라며 "내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할 때는,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개혁을 앞으로 밀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박 위원장의 글을 두고 "틀린 말씀이 단 하나도 없으십니다"라며 "혁명적 변화를 바라는 일부의 순수한 열망을 이용해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으로 저항과 역결집을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개혁을 방해하고 반동을 초래하는 것도 필히 경계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이 박 위원장 글을 리트윗한 시점이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검찰개혁 및 중수청장 후보를 두고 비판적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라는 점 때문에 지지층 일각에서는 유시민 작가와 추 지사를 향한 이 대통령의 불만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강원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첫 1년 안착할 시점에 안팎의 세력이 힘을 합쳐 탄핵하려던 전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며 "왜 이렇게 말했는지 본인의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추 지사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층 일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초기에 '여소야대' 구도로 국회 내 기반이 미약했고, 노 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여권 내부 세력과 보수정당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트집 잡아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반면 이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내 단독 과반 의석을 점했을 정도로 국정운영에 우호적 환경을 갖춘 채 대통령에 취임했다. 현재의 여권 내 분열은 과감한 개혁을 주문하는 전통적 지지층의 요구를 이 대통령이 쳐내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 이재명'이라는 세력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공격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방관하고 있다는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권 내부에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노 전 대통령과 빗대서 현재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전통적 지지층을 비판할수록 전통적 지지층의 비판 강도는 더욱 세지고 결집도도 더 올라갈 것"이라며 "달래도 모자랄 판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의 엑스 글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러 번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이었던 지난 7월 이 대통령의 청년 후보 기탁금 인하 글을 '당무 개입'이라 문제 삼은 엑스 이용자 '풀잎이'는 이 대통령 계정에 차단됐다. '풀잎이'는 민주당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통령이 리트윗하는 엑스 계정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문조털래유'를 언급하며 비판을 넘어 원색적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대통령께서 정책에 대한 평가나 SNS를 올리실 때 그에 해당되는 기사만 올리셨으면 좋겠다"며 "특정인의 글을 리트윗 하시는데 그 특정인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람들이 (지지층) 통합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해 진보 진영의 강경한 목소리와 거리를 두는 전략이라면, 그에 걸맞은 성과가 뒤따라야 하지만 중도층의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지지층만 이탈한다면 결과적으로 지지 기반이 축소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근 여론 악화의 본질은 신뢰 기반이 무너진 것이 핵심"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밀리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정책 운용의 잘못이라면 다시금 이해를 구하고 정책 전환을 통해 새롭게 출발할 수도 있지만 신뢰 기반의 붕괴라면, 새출발의 동력 자체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떠나간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대통령의 진심 이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